그리스 사태 전이, 국내 증시 파장 불가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0.05.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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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증시 분석...단기충격, 영국까지 번질 경우 차원 달라져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 리스크가 증시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이 나서 봉합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국의 재정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까지 갈 경우 차원이 다른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영국의 총선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우려했던 그리스 사태의 전이가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근원적으로 본다면 그리스, 스페인 등이 대부분 휴양지라는 특징으로 인해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 중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미국 부동산과 비슷한 악재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정부가 대규모 양적완화 및 재정지출을 확대한 데 따른 막대한 정부부채 문제가 겹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제 펀더멘탈이 그리스와 큰 차이가 없다"며 "이들 국가의 경제구조 역시 내수 중심이어서 재정건전화 자체가 힘들고 특히 스페인의 경우 공공 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국가 부도 사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로존이 나서서 봉합하지 않을 경우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그리스 재정위기는 지금의 유로체제를 깰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독일과 프랑스가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영국의 재정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상황으로 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이지만 재정 상태만 놓고 보면 AAA라는 신용등급이 어울리지 않는다. 영국은 막대한 구제금융 투입으로 지난해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1634억파운드)로 불어났고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그리스와 유사한 11.6%에 달한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영국이 강력한 재정긴축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특히 이달 실시되는 영국 총선에서 다수당이 없는 의회가 탄생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긴축 법안의 통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영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 파장은 PIGS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고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영국이 거론된다는 점 만으로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만약 영국의 신용등급이 실제 하향 조정된다면 영국으로 투자된 해외 자본들이 이탈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AA 등급의 하향은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을 흔들 수 있고 캘리포니아 등 같은 등급인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국의 신용등급 문제는 그리스 같은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미국 등 최상위 국가등급의 디레버리징과 연결될 수 있는 최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신중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그리스와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 때까지만 해도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부각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리스크가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펀더멘털의 훼손까지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라면서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로 단기 악재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680선 정도까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날 조정이 단 번에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조정이 나타날지 반등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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