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여왕이 말하는 공구의 기술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0.05.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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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공구의 힘/ 파워블로거의 공구

#1."떡볶이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뽀송뽀송한 눈망울로 이따만한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습니다. 실제로 요리 귀차니스트이지만 떡볶이만큼은 자주 해먹습니다. 제가 좀 맵게 먹는 편이라 고추장 풀고 청양고추 넣고 고추가루 팍팍, 가래떡과 만두, 라면사리. 돼지고기가 있으면 그것도 넣습니다.

#2. 카페 인벤토 커피 머신 관련 포스팅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드렸었지요? 작년 4월부터 제가 사용하게 된 카페 인벤토 벌써 1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1년 동안 전 수도 없이 이 머신을 부려먹었을 겁니다.



먹는 언니로 유명한 홍난영 씨의 ‘먹는언니의 foodplay(http://www.foodsister.net)’에 올라온 ‘떡볶이로 대동단결, 즉석 떡볶이 공구’와 둥이맘 문성실 씨의 ‘둥이맘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http://blog.naver.com/shriya)’에 올라온 ‘(카페인벤토)5월 선물 기획전으로 깜짝 한정 공구합니다...^^’라는 글의 일부다.

친구에게 수다 떨듯 미주알고주알 제품에 대해 얘기해주는 블로그가 공동구매의 창구로 일반화 된지 오래다. 블로그를 통해 활발하게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는 ‘공구의 여왕’들로부터 공동구매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구의 기술’을 들어보았다.



◆블로거 ‘신뢰’ 쌓으면 공구 '입소문' 절로

2008년 말. 둥이맘 문성실 씨의 블로그에 ‘한 중소기업의 오븐을 공동구매 한다’는 공지글이 하나 떴다. 그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제품 중 하나였다. 반향은 엄청났다. 1300여대의 오븐이 단 며칠 만에 동이 났다. 그 즈음을 계기로 블로그뿐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서도 오븐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당시에 “문성실 블로그의 공구가 중소기업을 살렸다”는 얘기까지 들렸을까.

“그때만 하더라도 첫 시작이라 소심하게 ‘이거 해볼까?’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지요. 평소에 내가 즐겨 쓰던 제품을 선택했는데, 내 블로그를 보아 오던 사람들에게 그런 면에서 더욱 믿음을 준 것 같습니다." 문성실 씨의 설명이다.


홍난영 씨 역시 “블로거에 대한 신뢰가 블로그 공구의 최대 장점”이라고 꼽았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블로그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동구매가 이뤄졌던 것이 대다수. 그러나 다수의 회원이 주인으로 활동하는 온라인커뮤니티는 공동구매의 책임자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주인장이 분명한 블로그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좀더 믿을 수 있는 유통창구 임에 틀림없다.

◆공구의 기술 1- 블로거 믿고 산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

시스템 역시 기존 온라인동호회 공구보다 전문화되고 있다. 홍난영 씨는 “소비자들이 여럿 모여 도매가로 물건을 싸게 구입해 오는 것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공구라면 블로그 공구는 이보다 한발 더 진화된 마케팅의 일환이자 새로운 유통창구”라고 설명한다.



블로거가 기업과 제휴를 맺고, 기업의 마케팅 파트너로서 제품의 홍보와 판매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홍난영 씨는 지난 2월부터 쇼핑몰 ‘걱정하지 말아요’를 열고 블로그뿐 아니라 쇼핑몰을 통해서도 먹거리 공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성실 씨 블로그에는 ‘문성실의 꼼꼼한 선택’이라는 공구 창을 따로 있는데 현재 10여개의 상품이 공구 진행 중이다.

문씨는 “예전에는 기업에서도 이 제품을 써보고 괜찮으면 후기를 올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요즘에는 써보고 괜찮으면 판매해 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물론 판매의 전제 조건은 분명하다. “일단 써보고 괜찮으면!”. 문씨는 “블로거는 신뢰가 생명"이라며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그 원망은 중간 다리인 블로거에게로 모두 다 돌아오게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공동구매를 선택할 때 소비자들의 블로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문씨는 “많이 팔리는 제품보다는 실제로 사용해 보고, 얼마나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제품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며 “나의 기준으로 한번 걸러서 공구 제품을 선정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아무리 신중하게 골랐다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음식을 할 때의 습관이 다 다르다. 그는 “내가 많이 쓰는 물건이라고 다른 사람도 무조건 많이 쓰는 건 아니다”며 “블로거를 믿고 물건을 선택하지만, 그래도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구의 기술 2-블로그에 쌓여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라.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후기를 꼼꼼히 점검하는 것. 블로거들의 공구 모집글은 “이 제품이 좋다”는 칭찬일색보다 자신의 사용 후기 등을 꼼꼼하게 덧붙이는 경우가 더 많다.

홍난영 씨는 “물건을 많이 파는 게 목표인 블로거는 아무도 없고, 소비자들도 제품을 무조건 사도록 유도하는 글은 되도록 피한다"며 "단점과 장점을 명확하게 적어 줄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떡볶이 공구의 경우 “이 떡볶이는 물의 양이 적으면 정말 맵고 맛이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실패기를 함께 올리는 식이다.

여기에 예전 글을 찾아보거나 댓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블로그는 특성상 예전 콘텐츠가 점점 쌓여가게 마련이다. 보통 블로거들은 ‘자신이 사용해 본’ 물건을 공동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블로그를 조금만 뒤지면, 공지글에 올라와 있는 정보 외에도 더 많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성실 씨는 “내가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써보니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안 좋은지를 그대로 알려주는 게 최선의 정보다”며 “블로그는 공구는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공구를 공지할 때 예전에 썼던 글을 쉽게 찾아 들어갈 수 있도록 아래에 링크를 따로 걸기도 하고, 내 글이 아니어도 제품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 볼 수 있도록 링크를 걸기도 한다”며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댓글이나 다른 네티즌들의 답글 등 피드백이 워낙 활발한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후기를 두루두루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구의 기술3-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타이밍도 전략이다.



“5월 가정의 달 선물 한정기획” “5/7일 금요일, 쿠쿠 3/10인용 분리형 압력밥솥”

시간이나 제품 개수에 ‘제한 조건’이 걸리면 아무래도 사람 마음이 다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동구매는 이렇듯 시간이나 제품의 개수에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소비자들은 다급한 마음에 ‘안 사도 될 것’을 ‘일단 사고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파워블로거들이 말하는 공구의 기술은 이와 정반대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다음 번도 있다.”



홍난영 씨는 “기업에서 제휴의뢰가 먼저 들어오는 게 아니라 네티즌들이 먼저 ‘이런 제품 공구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블로거가 먼저 기업에 제품을 의뢰하게 된다. 제품 보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먼저인 것이다.

문성실 씨 역시 “공구를 한번 진행해 본 뒤에 ‘이 제품 좋아요. 공구 한번 더 진행해 주세요’라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린다”며 “반응이 뜨거운 상품은 다시 공구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문씨는 “아직 제품을 사야 하는 건지 명확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이번 공구가 끝나고 사용후기가 올라오는 걸 조금 더 찬찬히 관찰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번에 놓친 제품이 정말 아깝다면, 블로거에게 요청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원하는 제품이 나왔을 때를 위해 ‘SMS공지’ 등을 미리 신청해 놓는 것도 요령이다. 문성실 씨의 블로그만 하더라도 ‘공구소식 SMS, 메일로 받기’라는 신청란을 따로 마련해두고 공구가 진행될 때마다 알림 문자를 보내주곤 한다. 원하는 사람에 한’ 신청자를 받고 있음에도 이 SMS공구 알림을 신청한 사람만 지난 1년 동안 1만8000여명이 넘어섰다.

홍씨는 “요즘에는 블로그 공구가 대중화 되면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는 다양한 시스템이 있다"며 "나만 하더라도 다른 블로그의 공구 알림 소식을 받아서 챙겨보는데 블로그 공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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