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금 이자는 왜 안주냐는 '주식초짜' 개인투자자부터 수백억대 큰 손 자산가들까지 뭉칫돈을 대거 삼성생명 청약에 넣었다.
#"부동산 부자, 삼성생명에 올인
삼성생명 청약 마지막날인 4일 오전. 주부 김모씨(58세)는 인천 송도 인근의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보기 드문 블루칩인데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믿고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기자금 30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었다.
송도 등 인천 부동산 개발 중심가 인근에는 청약 첫날부터 1인당 청약한도를 빼곡히 채운 투자자들이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이 지역 증권사 지점 직원은 "부동산 부자들의 경우 주식담보대출도 안끼고 자기자금으로만 청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생명 장외 가격을 고려해 상장 후 10% 정도를 목표수익률로 정한 뒤 별다른 상담 없이 주저하지 않고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4일 대표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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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증권사 지점에서 고객과 영업직원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하러 온 투자자 서모씨(59세)가 본인자금 1억원 중 8250만원만 증거금으로 내고 1500주를 청약할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발끈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가 처음이라는 서씨는 삼성생명 청약을 위해 일찌감치 지난주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자식들로부터 매달 받는 용돈에 갖고 있던 종자돈을 모아 1억원을 가까스로 만들었다.
공모가 11만원에 증거금률 50%를 감안해 1억원이면 1818주를 청약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다. 하지만 영업직원의 말은 달랐다.
100주 이하를 청약하려면 10주씩, 100주~500주는 50주씩, 500주~1000주는 100주씩, 1000주~5000주는 500주씩 단위로 청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서씨의 경우 8250만원으로 1500주를 청약하거나 갖고 온 자금 1억원에 1000만원을 더 보태 1억1000만원으로 2000주를 청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씨는 "경쟁률이 높을 거 같아 붓던 적금도 깨서 최대한 돈을 많이 만들어 온 건데 괜한 일을 했다"고 허탈해했다.
이 증권사 지점 직원은 "삼성생명이 과거 국민주 공모를 연상케 한다"며 "공모주 청약이나 주식 투자를 처음하는 고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청약단위 등 청약의 기본 사항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과 청약 증거금 환불이 7일인데 5, 6일 이틀 간 왜 이자를 안주냐며 따지는 고객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여기 오니 동네 사람 다모였네"
삼성생명 청약 마감시각이 다 된 이날 오후 4시.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 객장은 마치 반상회를 연상시켰다.
40대 주부부터 70대 노부부까지 저마다 손에 든 번호표와 시계를 들여다봤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거주하는 오모씨(70세)는 "공모주 청약은 30년 전에 해보고 처음인데 거래 실적이 없어서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고 일단 3000만원을 찾아와봤다"며 "와보니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고 말했다.
오씨가 돋보기를 꺼내 침침한 눈으로 청약 신청서를 들여다보자 지점 직원이 다가와 작성을 도왔다. 오씨가 앉은 둥근 테이블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60대 후반의 여성 세 명이 마주앉아 담소를 나눴다.
이들은 "우리 같은 노인네가 뭘 알겠냐"며 "주변에서 하도 얘기가 많아서 예금해둔 돈을 찾아서 와 본 것"이라며 "이걸로 몇 주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약 첫 날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의 영업부. 오후 4시가 넘자 지팡이를 든 노부부가 황급히 지점에 들어섰다.
노부부는 "아직 안 끝났죠?"라며 안도의 한숨을 짓고는 "여기가 경쟁률이 약한 걸 보고 이쪽으로 왔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 영업부 현장 청약이 끝난 후에도 객장에 둘러앉은 동네 주민들은 떠나지 않고 청약 신청서를 비교해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