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리츠·펀드, 대형건설사에만 유리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5.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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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금융주간사 심사기준안 분석]4.23미분양해소방안 실효성 의문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하는 리츠·펀드가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중견주택업체들이 소외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주택업체 자금난 해소를 목적으로 한 미분양 리츠·펀드의 당초 도입 취지에도 벗어난다는 의견이다.

5일 금융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4.23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통해 미분양아파트 감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조원 규모의 매입확약을 해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하는 리츠·펀드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LH는 최근 미분양 리츠·펀드 설립 금융주간사를 공모했다. 문제는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LH의 금융주간사 공모 심사기준안을 보면 미분양주택 평가때 △매우 우수 △우수 △보통 △약간 불리 △불리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배점을 차별화한다. 매우우수 등급의 경우 △분양률 50% 이상 △지방광역시 소재 △단지규모 1500가구 이상 △역세권·신도시 등으로 해당 도시에서 주거여건이 최상인 지역과 준공경과기간 3개월 이하 등이 기준이다.



우수 등급 기준도 △분양률 45~50% △교통·상가·학군 등이 양호한 택지개발지구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 △인구 30만 이상 도시 소재 △1200~1500가구 규모 단지 △준공경과 3~6개월 등이다. 대형건설사들이 보유한 사업성이 양호한 미분양사업장이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공고기준에 한 건설사가 여러 금융기관에 중복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한 건설사가 한 금융기관 컨소시엄에만 미분양사업장을 신청할 수 있다. 그만큼 사업장을 선택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잘 팔릴만한 대형건설사의 사업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분양 리츠·펀드가 대형건설사로 몰릴 것이란 예상은 건설사들의 움직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미분양 리츠·펀드에 관심이 없던 대형건설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의 내년 도입에 맞춰 부채로 잡히는 미분양아파트를 털기 위해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펀드에 팔린 미분양아파트는 소유권이 해당 상품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건설사로선 우발채무와 부채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중견건설사들이 금리나 배당 등에서 대형건설사들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제반여건이 대형건설사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모집한 미분양 리츠·펀드도 대형건설사 위주로 판이 짜졌다"며 "이번에도 중견 이하 건설사와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악성 준공후 미분양을 해소할 묘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부채로 골치를 앓고 있는 LH 입장에서 리츠·펀드 청산때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해당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점들이 4.23방안의 실효성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불만은 금융계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LH는 종전까지 컨소시엄 수를 제한하지 않다가 이번 금융주간사 모집 때부터 업체수를 3개 이내로 제한했다. 미분양 리츠·펀드 사업구조가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자금조달역량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그룹계열 대형 은행과 증권사가 미리 손을 잡으면 해당 컨소시엄에는 한 금융기관밖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도 주간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금융사를 찾게 되고 대형 금융기관들은 컨소시엄 참여를 미끼로 중견증권사에 불리한 사업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주간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은 증권사는 대형금융기관의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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