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788억$ '사상최대', 환율방어 덕?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0.05.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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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환율하락 억제 위해 4월중 60억달러 매수 추정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늘면서 다시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외환당국이 달러를 매수하면서 환율하락을 억제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시중 유동성 흡수를 위한 환율 방어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향후 유동성 조절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은행은 4월말 외환보유액은 2788억7000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 65억4000만 달러나 늘었다. 지난 1월 2736억9000만 달러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증가가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외환매입에 나선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4월 종가기준 평균 환율은 1115.71원으로 전월에 비해 1.8% 떨어졌다.



지난 1월과 3월 외환보유액이 전월에 비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월 종가기준 평균 환율은 1138.77원으로 전월에 비해 2.8%, 3월은 1136.11원으로 1.8% 하락했다. 반면 지난 2월 외환보유액은 전월에 비해 소폭 줄었다. 당시 평균 환율은 1156.83원으로 전월보다 1.6% 올랐다. 당국이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자 외환매입 규모를 대폭 줄였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올 1분기 준비자산 규모가 68억6000만 달러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준비자산의 이자수익을 감안하면 올 1분기 외환매입 규모는 61억 6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 규모도 계속 늘고 있다.
통안증권 발행 잔액은 지난 1월 150조7000억 원에서 3월 162조1000억 원으로 11조4000억원(7.6%) 늘어났다. 외화매입 만큼 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늘려 유동성 흡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통안증권 발행 금리가 통상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보다 1~2%포인트 정도 높은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외환보유액이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환율이 1100원선을 꾸준히 위협하면서 정부의 개입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말 6개월여 만에 전격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이후 시장 실개입 수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 추세인데도 특정 수준이 지지되고 갑자기 하락세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규모 외환매입이 시중 유동성 조절 정책에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외환매입으로 시중 유동성이 계속 증가하면 유동성 조절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 한 연구원은 "현재 정부는 출구전략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환매입이 계속 늘어나면 정부 정책과의 부조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와 관련해 외환매입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환보유액 증가가 유가증권 이자와 매매이익 등 운용수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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