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 구제금융만으론 부족-WSJ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5.0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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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만으론 그리스 불안을 종식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유로존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3년간 1100억유로(1470억달러)를 그리스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민간 자금시장의 신뢰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구제금융으로 향후 2주 후 만기가 돌아오는 85억유로의 채권 상환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내년 연말 이후에도 민간 자금시장의 그리스 국채 기피가 계속될 경우, 유로존과 IMF가 추산한 것 이상의 그리스 구제 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과 IMF가 정한 구제금융 규모는 내년 연말 이전 민간 자금시장의 그리스 신뢰가 회복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나이트캐피탈의 브라이언 옐빙턴은 이와 관련, "투자자들이 여전히 공포 속에서 (그리스의 신규 국채 발행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신뢰 회복은) 그리스가 앞으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옐빙턴은 이어 약속한 대로 그리스의 재정적자가 급감할 경우, 자금시장의 그리스 신뢰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옐빙턴은 그러나 재정적자 감축이 10년 전에 있었어야 한다면서 그리스의 적자 감축 노력에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또 구제금융 기간은 3년이지만 유럽연합(EU)과 IMF가 내심 향후 12~18개월을 그리스의 노력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기간으로 설정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이 기간 안에 신뢰가 회복되면 EU와 IMF가 필요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그리스 스스로 민간 시장에서 조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우선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1%까지 줄인 뒤 2013년 GDP의 4.9%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재정적자 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이 기간 그리스의 총 재정적자는 500억유로에 달한다. 그리스가 2013년 5월 초까지 상환해야 하는 국채 규모는 약 700억유로. 단순히 재정적자와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만 더 해도 1200억유로로, 구제금융 규모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에릭 닐센에 따르면 단기 롤오버 국채(만기 상환시 신규 발행 채권으로 전환하는 채권)까지 합칠 경우, 향후 3년간 필요한 자금은 1500억유로에 이른다.

이는 결국 지금과 같은 국제 자금시장의 그리스 불신이 3년간 계속된다면 구제금융만으론,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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