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선에서 3216표(68.40%)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본선에서 승리하면 민선 최초로 재선 서울시장이 된다.
원희룡 의원과의 후보단일화로 돌풍을 일으키리라 기대됐던 나 의원은 현직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1170표(24.88%)에 그쳤다. '행정전문가'를 자처한 김충환 의원은 316표(6.72%)를 기록, 3위를 기록했다.
양 측의 실력 차이는 이미 각종 TV정책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디자인 서울' 등 일부 정책이 실정으로 꼽혔는데도 오 시장이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린 이유다.
정책경쟁의 장이 제대로 열리기도 전에 경선 날짜가 닥친 것도 오 시장에게는 호재였다. 나경원·김충환 의원은 오 시장보다 먼저 출마를 선언했지만 천안함 침몰사고로 선거 일정이 잠정 중단되면서 여유 있게 정책을 소개할 장을 잃었다.
세번째는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최대 수혜자는 오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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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오세훈캠프 대변인은 "판결 직후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과 한 전 총리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자 당 내에 '이러다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명 '오세훈 선거법'에 이어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을 둘러싸고 한 때 동료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정 공방에 휘말리면서 박혔던 미운 털이 유야무야된 것이다.
오 시장 외에 한 전 총리와의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없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확산된 결과다. 당 내 주류가 썩 반기는 후보는 아니지만 야당에 서울시를 넘기느니 차라리 오 시장을 연임시키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오 시장이 본선에서도 호재를 만날지는 미지수다. 이미 천안함 희생 장병 영결식으로 추모 정국은 소강 국면이다. 역대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곧이어 닥칠 안보 정국도 여당에만 유리한 판은 아니다.
천안함에 묻혔던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도 여·야 대결이 되면 얘기가 다르다. '정치검찰의 희생양' 이미지는 선거에서 파괴력이 크다.
오 시장 입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역시 노풍(盧風)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코 앞인데 한 전 총리와의 지지율 격차는 10%p 안팎을 넘나든다. 본선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격차인 만큼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