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양호 선원들' 이렇게 보낼텐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10.05.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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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양호 선원들' 이렇게 보낼텐가


'천안함 침몰사건'의 또 다른 희생자들인 금양호 실종 선원들에 대한 합동장례 절차가 갖은 고초 끝에 지난 2일 시작됐다. 군의 요청으로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서해 대청도 부근 해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실종된 지 꼭 30일 만이다.

아들과 형제 같은 실종 장병들을 구해야한다며 생업도 뒤로한 채 나선 길은 생애 마지막 출항이 됐고 선원들은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가슴이 터질듯하지만 의로운 죽음이기에 애써 눈물을 삼킨다. 그래서 유족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더 아프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죽음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려야할 정부와 군 당국의 대처를 보면 너무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발생 이후 싸늘한 주검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은 당국의 무관심 속에 묻혀 졌고 유족들은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희생자들은 목숨을 바쳤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고작 영정사진 앞에 놓인 국화 몇 송이와 싸늘한 무관심뿐이었다. 물론 정부가 뒤늦게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예우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장례비용을 지원한다고 나섰지만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전례가 없는 지원을 쏟아 부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소홀하기 짝이 없다.



특히 유족들이 지난달 국무총리를 찾아갔다가 위로는커녕 문전박대를 당한 사례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양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결코 돈도 명예도 아니다. 단지 가족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 유족은 얼마 전 분향소를 찾은 정부 관료들에게 "3류 인생이라고 죽어서도 3류가 돼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 유족의 분노는 비단 정부를 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늘진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은 죽어서까지 우리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고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론의 관심에 따라 정부의 유공자 처우가 다르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나라의 부름에 응답하겠는가. 곱씹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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