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어도비 안쓰는 6가지 이유(상보)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송선옥 기자 2010.04.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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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어도비 안쓰는 6가지 이유(상보)


애플의 스티브 잡스(사진)가 이례적으로 장문의 편지를 공개, 애플의 아이폰 등이 어도비(ADOBE)의 '플래시(FLASH)'를 금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플래시는 웹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으로 개인용 컴퓨터의 98%가 이를 사용할 만큼 보편적이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선 이 플래시를 적용하지 않아 업계의 의문을 샀다.



잡스는 29일(현지시간) 애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6가지 이유를 들어 어도비 플래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잡스는 "어도비는 우리 결정을 앱스토어를 지키기 위한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이라고 규정하지만 실은 기술적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잡스는 무엇보다 플래시에 기술적 약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도비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플래시를 쓸 것을 원한다"며 이른바 제3 소프트웨어(a third party layer of software) 문제를 제기했다.

제3 소프트웨어란 사용자의 PC에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웹문서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액티브X, 플래시가 대표적이다. 은행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를 설치하지 않으면 온라인뱅킹이 안되는 것처럼 플래시를 구동하지 않으면 플래시 방식 동영상을 볼 수 없다.

잡스는 "제3 소프트웨어는 확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예컨대 애플의 맥OS(운영체계) 'X'가 등장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어도비가 불과 2주 전에 이 방식을 완전히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어도비 플래시와 같은) 제3 소프트웨어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은 우리 개발자들의 애플리케이션을 허용해줄 것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잡스는 "모바일의 시대에 HTML5같은 새로운 스탠더드가 만들어졌고 곧 모바일 기기를 평정할 것"이라며 "어도비는 애플에 대한 비난은 줄이고 미래를 위해 HTML5 툴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도비 때리기, 치밀한 작전?= 잡스는 평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유명하지만 이날 글은 원고지 50매가 넘는 장문이다. 이는 애플과 어도비간 갈등이 만만치 않고 잡스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을 전개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잡스는 어도비를 공격하기보다 애플 제품에 대한 어도비의 부당한 비난이 있으므로 이에 반박한다는 식으로 글을 썼다. 따라서 이는 어도비에 대한 공격이면서 애플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이기도 하다.

잡스는 우선 애플 제품의 개방성 논란을 꼽았다. 그는 "어도비는 개방적이고 애플은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반대"라며 "플래시가 널리 쓰인다고 해서 개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플래시는 오로지 어도비가 판매하고 어도비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으므로 이게 폐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시 플레이어 설치 화면▲플래시 플레이어 설치 화면
그는 이어 '플래시 형태의 비디오 파일이 많아 애플 제품으로는 온라인을 충분히 즐길 수 없다'는 데 대해 "그 비디오파일들은 (플래시보다) 나은 'H.264' 방식으로도 구동된다"며 "따라서 아이폰·아이팟 사용자들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많은 콘텐츠를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튜브의 경우 아이패드에서 최고로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잡스는 세번째로 플래시가 보안에 취약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시만텍은 최근 플래시를 2009년 최악의 보안위험을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며 "게다가 플래시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잡스는 이어 플래시 동영상을 모바일 기기에서 보려면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다고 지적(4번째)하고 플래시가 마우스를 사용하는 PC용으로 개발돼 터치스크린 방식의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는 맞지 않는다(5번째)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여러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6번째로 언급한 기술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애플이 기술과 소비자 편익을 중시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일각에서는 애플과 어도비의 악연이 오늘날의 반목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애플과 어도비는 1980년대까지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실제로 잡스는 글에서 "어도비가 차고에서 창업했을 당시 창업자들을 만났다"며 "애플은 어도비의 초기에 중요한 고객이었고 애플이 어도비 지분 20%를 몇 년간 보유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애플이 1996년 경영난을 겪고 있을 당시 어도비가 애플을 배제, 애플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용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양측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잡스가 이처럼 글을 올려 양측의 오래된 감정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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