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규모 채권발행 추진

더벨 이도현 기자 2010.04.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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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재무약정설에 금리상승 불가피 등 채권발행에 부정적

더벨|이 기사는 04월28일(11: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이 차환 및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개월 만에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과 함께 한진해운이 차환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채권발행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다만 현대그룹의 재무개선약정 체결설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이럴 경우 채권 투자자 모집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금리 측면에서도 추가 이자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3년 만기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발행은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 중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채권 발행추진은 지난 2월 26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 이후 3개월만이다.



현대상선의 대규모 자금조달 목적은 선제적인 차환자금과 운영자금 마련이다. 현대상선은 내달 16일 12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지난 2월 발행분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발행물량은 8월27일 만기도래하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자금은 용선료·연료비·항화물비 등 운영자금이나 차입금 리파이낸싱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

현대상선의 채권발행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해운업황이 바닥을 치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업황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또 차환발행에 나선 동종업계의 한진해운(A)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5월중순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하는 한진해운은 3년물의 경우 5.50%, 5년물은 6.50%의 금리를 제시했다. 3년물만 놓고 보면 전일 종가기준 A급 회사채 민평금리(4.60%) 보다 90bp(1bp=0.01%포인트) 높지만 지난 2월 발행 시 6.95% 보다는 무려 145bp 낮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에 7.00% 금리로 채권을 찍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같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발행결과가 현대상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역시최소 100bp 이상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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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현대상선 실적 악화와 대북사업 불투명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이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특히 그룹 총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이 심각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운임 회복의 지연과 용선료 등의 원가 부담 증가로 46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은 유조선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을 창출했지만 벌크선 부문은 10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신정평가는 "회사의 주력 운영 선종인 컨테이너선 부문에서의 대규모 적자와 이익기여도가 높았던 벌크선 부문에서의 적자전환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영업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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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도입에 따른 장기미지급금 증가 △유동성 확충을 위한 회사채 등 일반차입금 조달 확대로 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상선의 총차입금은 약 5조5232억원에 달한다.



한신정평가는 "총차입금 대비 선박장부가액 비율은 2009년말 기준 약 75% 수준으로 국내 경쟁선사들과 비교해도 큰 편"이라며 "2006년 발행한 상환우선주와 2009년 조달한 회사채 만기가 2012년 안에 몰려 있어 차입금 상환 부담도 크다"고 평가했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현대상선의 '원죄'가 크기 때문에 채권 발행이 예상했던 대로 긍정적인 분위기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증권사 채권인수 관계자는 "업황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고 회사채 발행 분위기도 최고조인데 재무약정설은 현대상선 채권발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처럼 5% 중반대 금리를 제시해 발행액수만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진그룹도 재무약정을 맺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약정에서 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작년에 제외됐던 현대그룹이 이번에 재무약정을 맺게 되면 한진그룹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어서 재무약정설이 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채권 투자자 모집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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