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어 스페인까지' 불안한 PIIGS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4.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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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28일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국가 재정적자위기의 대명사가 된 유럽 주변국 'PIIGS' 국들에 대한 불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앙헬 구리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에볼라 바이러스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구리아 총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접촉의 문제가 아니다. 접촉은 이미 있었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알아채고 나면 살기 위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다"고 강조했다.

◇ 선진시장도 예외 아니다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은 그리스, 포르투갈과 등급 강등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스페인은 그리스, 포르투갈과는 달리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 이날 S&P의 등급 하향은 재정적자 불안으로 인해 선진시장인 스페인 역시 이머징마켓인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정크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S&P는 스페인의 등급 하향 이유로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중기 경제성장 속도 저하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S&P는 스페인의 중기(~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의 연 평균 1.0%에서 0.7%로 낮췄다.

이는 스페인의 자체 전망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스페인 재무부는 자국 경제가 올해 0.3% 역성장한 뒤 내년 1.8%, 2012년 2.9%, 2013년 3.1% 등 빠른 회복세를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과소평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그리스의 8.7%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그리스와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파테로 총리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스페인의 공공 부채가 유럽연합(EU) 평균 이하이자 그리스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 그리스의 공공 부채는 지난해 현재 GDP의 115% 수준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스페인 또한 별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스페인의 불안 요소가 재정적자나 공공 부채가 아닌 외채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 민간 부문의 외채는 GDP의 170% 수준인 1조7000억유로에 달한다.

◇ 공공부채, 재정적자..PIIGS의 다양한 걱정거리



또다른 선진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현재 GDP 대비 5.3%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역시 올해 말 GDP의 11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공공 부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권과는 동 떨어져 있는 아일랜드의 공공 부채는 지난해 현재 GDP의 64.5%로, 그리스나 이탈리아 수준을 크게 밑돈다. 공공 부채 부담이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에도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89.5%로, 그리스나 이탈리아 수준을 20%포인트 가량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 불안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IMF는 올해 아일랜드의 재정적자가 PIIGS 국가 중 최고인 GDP 대비 12.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불안이 강화되면서 이날 아일랜드 국채와 유로존 벤치마크 국채인 독일 국채간 금리 스프레드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인 255bp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그리스와 함께 신용등급이 하향됐던 포르투갈은 공공부채나 재정적자보다 유로존 최저의 성장률과 민간 부문의 부채가 더 큰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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