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출구논쟁, '先유동성 환수 後금리 인상'

박영암 김창익 기자 2010.04.29 10:27
글자크기

당국 "유동성 자산버블로 이어질 가능성 희박" vs 민간 "금리인상은 선제적 조치"

통화당국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곧바로 꺼내들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 보인다.

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008년 9월 리먼 사태 후 늘린 총액대출한도 등 비상대책으로 풀린 유동성을 일단 환수 한 뒤 물가 등 경제상황을 봐가며 금리 인상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위기 후 비상조치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을 확대 공급했다.



불붙는 출구논쟁, '先유동성 환수 後금리 인상'


이 중 남은 부분은 총액대출한도를 6조5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3조5000억 원 증액한 것과 은행자본확충펀드 3조3000억 원, 채권시장안정펀드 2조1000억 원 중 일부 등이다.

은행자본확충펀드의 경우 지난달 25일 금통위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대출 만기도래분 3조2996억 원 중 후순위채 매각분 2030억 원을 차감하고 3조966억 원을 재대출 했다.



채안펀드는 2008년 12월 2조1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신청규모가 감소해 현재 1조8000억 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금리인상이 최후의 보루이긴 하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이 전년 동기 대비 7.8%를 기록,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유동성 환수에서 금리인상까지의 시간이 단축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당국이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은 현재 유동성 규모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상황 인식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동성이 자산버블을 야기할 정도로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 개별 지표를 보고 있고 전체 총량도 체크하지만 크게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유동성이 상당히 풍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M2(광의통화) 증가율이 금융위기 전 15% 수준에서 10% 미만으로 안정된 상태로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유동성이 상당히 풍부하다'는 대목이다. 현재 문제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동성이 적어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물경제 회복에 지장을 주거나 모자라지 않는 여유 있는 상황이란 뜻"이라며 "과도한가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기자금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투기 자금의 흐름이나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염두해 두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의 시각은 당국과는 괴리가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시중유동성(M2) 증가율이 금융위기 전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설령 유동성이 현재는 정상적인 수준이라도 하더라도 금리인상은 적어도 3개월에서 6월전에 선제적으로 하는 조치"라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금리의 가격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이라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연구소 자체조사결과 철광석 가격이 작년 말에 비해 두 배로 올랐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1.24% 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 금리인상 등의 조치를 검토할 단계"라고 말했다.

통화당국도 기본적으로는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금리인상 시기를 예당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그널은 감지되고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란 해명이 있기는 했지만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최근 저금리 폐해를 수차례 언급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통화당국 내부에서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금통위 회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금통위원이 2%의 낮은 금리와 시중에 지나치게 많이 풀린 유동성이 금융시장의 자금 배분을 왜곡 시키고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등 폐단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