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600조' 유동성 폭탄…해결책은?

김창익 정진우 도병욱 기자 2010.04.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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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 기준 M1/M2 비율 24.3%, 29개월來 최고치..."부동자금 자산버블 촉진 우려"

시중 자금의 단기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후 경제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풀린 돈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채 부동자금화 되고 있다.

과잉유동성이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으로 옮겨가며 가격을 지나치게 끌어올리는 자산 버블을 만들어내는 '유동성 폭탄'이 되고 있다. 버블이 터질 경우 위기로 연결될 수 있어 유동성 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시중 단기자금 비율은 24.3%로 2007년 9월 24.5%를 기록한 후 2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자금 600조' 유동성 폭탄…해결책은?


시중 단기자금 비율이란 시중유동성(M2 평잔) 중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M1 평잔=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즉 시중유동성 중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단기금융상품에 넣어 둔 대기자금을 뜻한다.



2월 말 기준 M1 잔액은 334조5217억 원으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춘 지난해 2월(334조5217억 원)에 비해 53조3369억 원(15.9%) 증가했다. 10%를 밑돌던 M1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지난해 2월 이후 14.3~19.6% 사이에서 움직이며 증가속도가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M2 잔액은 1457조9313억 원에서 1595조4038억 원으로 137조4725억 원(9.4%)이 늘었다.

시중유동성 증가 속도에 비해 단기자금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2%의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ㆍ단기 금리차가 좁혀지자 돈을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놓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경기회복에 따른 거래자금 일부를 뺀 대부분이 부동자금으로, 시장에선 이를 포함한 단기 부동자금이 현재 6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기자금의 급증과 관련해 통화당국과 민간에선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1~2월은 연초와 설 명절을 맞아 현금 유동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대기자금이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 또는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경우 자산 버블을 키워 유동성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자 4월 들어 28일까지 개인은 1054억2800만 원을 순매수 했다. 외국인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개인이 주로 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안순권 박사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주식과 채권에 투자되는 단기자금이 늘고 있다"며 "경제회복세가 본격화할 경우 통화당국이 통화량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 등 선제적인 조치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가계대출로 쏠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14,250원 0.00%) 등 5개 은행의 3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45조4498억 원으로 전년 동기(50조1457억 원)에 비해 12.36%가 줄었다. 반면 3월 말 기준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0조4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93%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은 유보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미루고 있어 대출 수요가 없고, 은행들도 운용의 안정성을 위해 가계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중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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