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다는데, 금리 연일 하락..'유동성의 힘'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0.04.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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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수 강화 채권펀드로 자금 유입

경기 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채권금리가 연일 하락(가격상승)하고 있다.

경기 개선은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풍부한 매수자금을 발판으로 한 '수급의 힘'이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8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3.62%,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하락한 4.30%로 마감했다. 전날 국고채 3년·5년물 금리는 0.09%포인트, 0.08%포인트씩 급락한 후 강세를 이어갔다.



경기와 통화정책은 모두 채권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지만 채권금리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7.8%로 나왔다. 당초 예상치 7.5%보다 0.3%포인트 높았을 뿐 아니라 지난 2002년 4분기 8.1%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 부문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로 인해 사상 최저치까지 끌어내렸던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채권금리가 하락한 원인은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27일 현재 장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과 은행은 각각 7조7231억원, 6조3489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순매수 금액인 6조7112억원과 6조731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아직 월말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매수세는 더 강화된 셈이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에 베팅한 국내 자산의 매수세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매수세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26일 기준)은 84조9156억원으로 이달에 2조6542억원, 올들어 13조2251억원 급증했다. 단기 채권의 매수세가 두터워진 것이다.



중·장기 채권을 주로 매수하는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50조9947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7572억원 증가했고 연초 이후 4조8871억원 늘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이나 통화정책만 보면 금리가 오르는 게 맞지만 유동성의 힘이 워낙 강하다"면서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되면 심리에 민감한 유동성이 채권시장에서 급히 빠져나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그리스 등 유럽 국가의 재정악화도 채권가격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기 때문에 지원책이 가시화되면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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