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호 가족들, 총리 한번 만나고 싶었지만…

양영권,변휘 기자 2010.04.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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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들고 못들어가" 경찰 제지에 몸싸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잠시 소동이 일었다. 천안함 수색 도중 침몰한 금양98호 선원의 가족 20여 명과 청사 경비를 담당한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던 것. 가족들이 실종자들의 영정을 들고 청사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영정을 들고 들어올 수 없다"며 막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청사를 찾은 것은 정운찬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 금양호 실종자 의사자 지정 논의 경과 내용을 듣고 전국에 이들을 위한 분향소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4일 총리실 측에 공식으로 팩스를 보내기도 하는 등 그동안 수차례 정 총리 면담을 요청했지만 대답이 없자 이날 무작정 청사를 찾았다.



경찰에 의해 출입이 저지된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의 의견이 하나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천안함은 그렇게 빨리 인양했으면서 금양호는 왜 인양을 하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은 기자들을 향해서도 "천안함 사건은 그렇게 많이 다루면서 금양호에 관심을 가져준 적이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족들은 정 총리는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대신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나와 유가족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께서 오늘 국무회의에서도 천안함 뿐 아니라 금양호 선원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시며 관련 대책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원상 금양98호 실종자가족협의회 위원장 등 가족 대표 3명을 접견실에서 만나 30여 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정 총리는 지난 25일 발표한 천안함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역시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실종자 가족들은 천안함 관계 장관 회의를 수차례 주재하며 사고 수습을 주도하고 있는 정 총리가 한 차례도 찾아주지 않은 것에 대해 여간 섭섭해 하지 않은 눈치다.


특히 그동안 정 총리가 정부의 굵직한 난제를 처리하면서 보여줬던 모습과 비교할 때 이날 정 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의 면담을 거절한 것은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5일 만에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같은 해 11월 부산 사격장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일본인 관광객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 같은 정 총리의 '스킨십'은 사고 수습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만나면 (실종자 가족들의) 기대치를 높아질 까봐 밑에서 '알아서 하겠다'며 정 총리께 (면담 요청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 총리에게 면담 불발의 원인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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