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위가 되고 싶은 이유는?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0.04.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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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4위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도 굳건한 4위였으면 합니다.”

운동 경기에서 이런 말을 하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오해를 받기 마련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은 이상한 이 목표가 꼭 통용되는 분야가 있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2,955원 ▼70 -2.31%) 교보생명이 삼국지나 삼국시대의 3국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생보업계가 그렇다. 3사의 작년 말 시장점유율은 절반 정도로 나머지를 19개사가 쪼개가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 24일 전 임직원이 참석한 행사를 열어 '굳건한 4위' 비전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계획은 6%대인 시장점유율을 3년 내에 10%까지 끌어올려 확고한 4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90년 회사가 설립된 신한생명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후발 생보사 중 유일하게 인수.합병 없이 독자적인 힘으로 성장한 회사다.



사실 생보사 4위에는 무수한 도전의 역사가 있다. 2006 ~ 2007년 증시 상승의 바람을 타고 계열 운용.증권사의 후광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생명이 4위에 도전한 적이 있다. 또 2008 ~ 2009년에는 외국계 보험사인 ING생명이 공격적인 설계사 조직 확충으로 약진해 4위라는 목표를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4위 정복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미래에셋생명과 ING생명은 여전히 도전의지를 내비치지만 순위는 조금 떨어졌다.



신한생명은 설계사, TM(텔레마케팅), 방카슈랑스, 대리점 등 다양한 채널의 고른 안배로 현재 4위에 가장 근접해있다. 하지만 동양생명, 흥국생명 등도 나름의 강점을 내세우며 4위 점령을 노리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4위가 확고해진 후발주자들의 노력에 따라 철옹성 같은 3강의 구도가 해소되고 춘추전국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물론 생보사 3강도 나름의 노력으로 수성에 나설 것이다.

축구나 야구에서 재미있는 경기는 약자가 순위에서 앞섰던 이들을 차례차례 꺾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4위도 그래서 뜨거웠다. 그런 경기에 스포츠 팬들이 열광하듯 보험 소비자들도 서비스와 가격 경쟁의 맛을 느낄 것이다. 4위 경쟁이 반가운 이유다.


한화생명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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