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탐구백서]1번홀이 파5인 이유는

김종석 기자 2010.04.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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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이 보다 편하고 즐겁게 라운드하기 위한 배려

코스를 평가하는데 있어 샷 밸류(shot value)라는 말을 쓰지만, 무조건 어려운 코스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난이도 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신속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골프 게임에서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한 라운드를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라운드가 대부분의 골퍼들에게 가장 적당하며, 이를 넘기게 되면 집중력 저하로 플레이의 질이 떨어지고 라운드의 즐거움도 줄어들게 된다.



골프장 경영 측면에서 봤을 때도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코스가 연속적이고 알맞은 흐름이 생기게 하는 일은 설계자의 의무일 수 밖에 없다.

대다수 골프장들의 1번 홀이 비교적 쉽고 짧은 파5 홀인 것은 빠른 플레이 진행을 위한 설계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2번 홀은 짧은 파4 홀과 같은 중간 정도 속도의 홀들이 많다. 경우에 따라 현장 여건이 여의치 못해서 파3 홀로 시작되는 코스도 있지만, 이 경우는 해저드를 적게 한다거나, 홀을 짧게 만들어 골퍼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



오른손을 사용하는 일반 남자 골퍼의 평균적인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약 200야드(180m) 정도다. 샷은 대부분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스 구질이다. 설계자는 해저드를 설치하되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도록 오른 편의 해저드는 작게 하거나, 평균 골퍼들의 샷 도달 거리를 훨씬 벗어난 위치에 둔다.

러프 지역의 낮은 수풀이나 부스러기 따위도 없애서, 잘못 친 볼을 쉽게 찾게 하는 것도 플레이 속도를 원활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

골프 코스 곳곳에는 골퍼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라운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계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 골퍼가 볼을 찾기 편하게 하고, 안락한 곳에서 다음 샷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것들이 좋은 코스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는 설계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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