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4.1원 마감, 1100원 돌파 초읽기

김창익 기자, 송정훈 강기택 기자 2010.04.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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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세 속 삼성생명IPO 단기 재료 급부상, 그리스 우려 완화도 한몫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며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회복세로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 기업공개(IPO)가 단기 재료로 급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그리스 구제금융 안 확정이 임박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점도 환율 하락 속도를 키웠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6원 떨어진 1104.1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8년 9월 10일 1095.5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오른 1109.0원에 출발했다, 곧바로 급락해 1103원 대에서 하루 종일 공방을 벌였다.

최근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경기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0.6% 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기업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13.4로 9개월 연속 100을, 3개월 연속 110을 상회했다. BSI 전망치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3개월 연속 110을 상회한 것은 2007년 11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은 연일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4월 들어서만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4조8500억 원 가량을 순매수 했고, 이날 하루 동안만 2000억 원이 넘게 사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17포인트 오른 1752.20으로 마감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생명 IPO 이슈가 환율 급락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생명 공모주 중 외국인 투자자 배정 물량은 40%로 약 2조원(17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대금납입일인 5월7일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달러 매도물량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미리 달러 매도에 나섰다는 얘기다.


대외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의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5월 초 확정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띠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050원 안팎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외환당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부분은 용인할 수 있지만 투기수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정부당국이 이날 장 막판 종가관리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 막판에 정부가 1100원대 지지를 위한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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