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때문에…" 속타는 후보님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4.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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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의 '천안함 셈법'이 복잡하다. 27일로 지방선거가 3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천안함 침몰사고가 장기화되면서 좀체 선거정국이 '뜨지' 않는 탓이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선발 주자보다는 후발 주자들의 고민이 크다. 침몰 원인 조사결과 등으로 천안함 정국이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내 경선이든 선거 본선이든 앞선 주자를 따라잡을 기회가 줄어든다는 초조함이 역력하다.



뒤늦게나마 경쟁구도가 이뤄지려면 심판론이나 인물론, 정책경쟁이 바람을 타야 하는데 오히려 '북풍'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국가적 안보위기, 애도 정국을 무시한 채 선거전에 열중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냉가슴만 앓는 모양새다.

사실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정치권은 줄곧 천안함 '올인' 분위기다. 각 당 주요회의마다 선거 전략보다는 천안함 관련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는 후보간 토론회 횟수를 대폭 축소하고 토론 일정도 줄줄이 미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지역별 '이해'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정치권 한 인사는 "정책경쟁은커녕 선거 이슈 자체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예년 같으면 떠들썩할 후보별 캠프사무소 개소식도 조용하게 열렸다. 지난 19, 20일 열린 서울시장 한나라당 경선후보 김충환 나경원 원희룡 의원(가나다순) 등의 캠프 개소식엔 예년과 달리 축하화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캠프 한 관계자는 "개소식에 앞서 화환은 사양하겠다고 미리 알렸다"고 말했다.

21일 진행된 민주당 서울시장 유력후보 한명숙 전 총리의 캠프 개소식도 정권심판론 홍보보다는 천안함 희생장병을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치러졌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때가 때인 만큼 조촐한 개소식을 준비했다"면서도 "바람몰이에 나서는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워 앞으로 선거 전략에 차질이 있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한나라당 후발 경선후보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이들 경선후보들의 거듭된 요청과 29일까지 이어지는 천안함 장병 장례일정을 이유로 당초 이달 29일이었던 경선일을 다음달 3일로 연기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는 게 선거판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천안함 사고가 선거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세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대로 가면 게임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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