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현금보유액 MS보다 많아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4.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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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T 대기업, M&A 대비 현금보유 늘렸지만 '빅딜'은 회피

애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더 많은 현금보유액을 비축해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3월 현재 417억 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 397억 달러의 MS를 제치고 업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보유액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과정이던 지난해 3월에는 시스코가 295억 달러로 업계 1위였으며 애플과 MS가 각각 289억 달러와 253억 달러로 2,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 대형 IT업체들은 지난해만 현금보유액을 전년보다 40% 이상 확충했다. 주요 기업들의 보유액을 합하면 모두 2조5000억 달러에 이를 정도.

애플과 MS, 시스코, IBM 등 미 10대 IT기업은 지난해 경기침체 이후 650억 달러 이상의 현금보유액을 확충했다. 이 기간 매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금 보유를 크게 늘렸다.



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보수적으로 재무구조를 운용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수합병(M&A)에 대비해 현금을 많이 비축해 둔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M&A '빅딜'은 거의 없었고, 결국 막대한 유동성만 고스란히 가둬둔 꼴이 됐다.

무선인터넷 시장 등에서 경쟁이 심화되자 이들 기업들은 투자 실탄을 상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를 크게 늘렸다.


존 챔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중역들은 지난해 침체 시기 동안 M&A를 모색하던 재무력을 갖춘 기업들이 업계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매각을 추진했던 기업은 거의 없었고, 또 최근에는 주가 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빅딜의 매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폴 야콥스 퀄컴 CEO도 지난주 소규모 M&A는 늘려나가고 있지만 빅딜은 높은 비용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의 경우 최근 수개월 동안 신사업 분야에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고 IBM도 지난 분기 M&A에 10억 달러의 현금을 썼지만 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인수하는데 머물렀다.

글로벌 경기침체 기간 동안 IT 업계에서의 M&A는 확실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T업계 M&A 비용은 1250억 달러로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규모도 앞서 예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FT는 이들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보유액을 자사주를 되사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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