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11만원, 웃는자와 고민하는 자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반준환 기자 2010.04.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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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주식 산 임직원 220배 '대박'… 증권가선 고가 논란

삼성생명 공모가가 11만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회사 주변과 금융계에서 새롭게 득실을 계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 증권가에서는 주당 11만원과 시가총액 22조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물밑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주식을 이미 갖고 있거나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사들이게 될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99년에 우리사주를 받은 삼성생명 직원들은 일단 이번 공모가 결정으로 220배의 차익을 보게 됐다. 11년간의 마음고생을 감안하더라도 대가는 후한 편이라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99년 당시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면서 우리사주 조합원 7000여명에게 1인당 평균 1800주씩 1280만주를 배정했다. 현재 박성수 상무(8390주), 이상철 전무(5510주), 윤종만 전무(4660주) 등이 추가로 주식을 사서 많은 편이고 나머지는 대개 3000주 안팎이다. 이들은 상장 뒤 처분에 나서면 3억~9억원 정도의 돈을 거머쥘 수 있다.

반면 현재 우리사주청약을 앞둔 이들은 다소 부담을 안게 됐다. 1인당 청약한도(최대 3억원) 하에 11만원에 청약하면 1000~2500주 안팎을 받을 수 있지만 주가 상승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용사 등 기관 투자가들의 입장도 갈린다. 당분간 삼성생명을 사들일 수 없는 곳들은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 향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 IPO인수단의 계열 자산운용사(한국투신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운용, 우리자산운용, 동양투신운용, 골드만삭스자산운용)들은 관련 규정 때문에 3개월간 삼성생명을 보유할 수 없다.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대형 운용사로 구성된 이들은 3개월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삼성생명 주가가 하락한다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고육책 속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이들의 3개월간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삼성생명의 대안주를 찾기 위해 보험주인 삼성화재 (361,000원 ▼8,500 -2.30%), 대한생명 (2,920원 ▼40 -1.35%), 동양생명 등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 (155,200원 ▲300 +0.19%), CJ, CJ제일제당, 삼성카드 (43,350원 ▲150 +0.35%) 등이 차순위 투자군으로 꼽힐 수 있다는 것.


이밖에 삼성생명 공모가 11만원 자체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삼성생명 공모가와 전체 주식수(2억주)를 계산해보면 회사의 시가총액은 22조원에 달한다.

이는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운용사 등을 모두 갖고 있는 신한지주(23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KB금융지주(22조원 안팎), 우리금융(1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또 내재가치 등을 따져 최근 상장한 일본의 다이이치생명과 비교해서도 비싼 가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자문사 임원은 "삼성생명과 타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삼성생명이 비싼 것이거나 은행, 금융지주사가 싼 것 등 결론은 두 가지"라며 "삼성생명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다보니 가치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운용사들 일부가 공모에 참여하지 못 하는데도 그 가격이 나온 것이라면 수급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예약 청약이 이뤄지고 시중 자금이 많이 풀릴 상황을 감안하면 반드시 비싸다고만은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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