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왜곡= 채권금리는 올 들어 꾸준히 떨어지면서 채권가격이 크게 올랐다.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에다 한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기대감도 약화된 탓이다.
물가도 안정적이다. '돈맥 경화'가 인플레를 막아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최근 일부 농수산물 가격이 올랐지만 한파와 폭설 탓이다. 인플레가 없으니 저금리 기조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돈을 빨아들일 유인이 별로 없다. 자생력이 회복되면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풀린 자금을 흡수해야 한다. 물가 부담이 생겨야 정상적인 자금 순환이 이뤄진다. 그래야 자금 순환 과정에 왜곡이 없어진다.
기업과 달리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소비여력이 없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여력은 더 떨어진다. 악순환 구조가 된다. 당국이 최근 채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별로 나쁠 게 없다고 보는 이유다. 오히려 거시적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은행 이자 내는 가계가 수두룩하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이자 증가 분 만큼의 소비여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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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흐름에 왜곡이 생기면 어딘가로 터져 나가게 돼 있다. 2007~2008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서 잘 드러났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평소 "자금시장을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조기에 잡아 줄 필요가 있다. 지금도 유동성은 절대적으로 괜찮다. 그런데 채권시장 외 갈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당국이 금융규제를 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나마 돈이 갈만한 곳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시다. 경기 전망이 괜찮고, 기업 실적이 좋다. 시중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증시에 거품이 낄 수 있지만, 당국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관리 가능하고, 부동산 쏠림보다 괜찮다는 것이다.
◇실물 회복 안되면 '왜곡' 지속= 실물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 탓에 한은이 큰 폭으로 금리를 조정할 유인도 별로 없다. 자금 선순환 고리에 문제가 생겨 기준금리 변동 효과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올해까지 자금시장의 왜곡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원인이 되는 민간 자생력 회복은 전 세계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다. 그런데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지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시장 흐름의 병목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