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계륵'된 재건축사업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4.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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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계륵'된 재건축사업


"재건축 사업은 '계륵'입니다. 사업을 못따내도 문제이지만 수주에 성공해도 사업성이 확실치 않으니까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인 '계륵'. 재건축사업장이 건설사에게 닭갈비로 전락하고 있다. 현행 소형평형의무비율 등 재건축 규제로 과거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건설사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부가적인 홍보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무리하게 시공비를 낮춰 사업을 따내려는 사례도 흔하다. 지난 22일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 결과 무상지분율이 가장 높은 업체(174%)와 가장 낮은 업체(133%)간 차이는 41%포인트에 달한다.

무상지분율은 추가분담금없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형을 대지지분으로 나눈 비율이다. 따라서 조합원 입장에선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추가분담금이 적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높이려 한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통상 5~10%포인트 정도의 차이는 서로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준이라 보지만 40%포인트를 넘는 차이는 처음"이라며 "현재 재건축시장에 수주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가장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업체의 경우 브랜드 파워가 대형건설사에 밀리자 과거 7년 전에 수주했던 사례를 감안해 다소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무상지분율 제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높은 무상지분율을 감안해 직접공사비를 산정하면 3.3㎡당 시공비가 약 60만원으로 나온다. 정부의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3.3㎡당 33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사비를 낮추려고만 하면 공사품질이 떨어지고 부실공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무상지분율을 높이고 시공비를 낮추는 경쟁이 계속되면 건설사들 뿐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손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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