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은 넘치는데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올 초부터 채권 투자에 '올인'한 탓이다. 갈 곳 잃은 뭉칫돈이 금융권 내에서만 맴돌면서 자금시장의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은행을 포함한 증권·보험사 등 국내 전체 채권투자자들의 보유 잔액은 1083조1741억 원에서 1128조57억 원으로 44조8316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채권 보유 잔액 증가폭이 전체 증가액의 40%를 차지한 것이다.
![은행 올 들어 뭉칫돈 17조, 채권시장에 '올인'](https://thumb.mt.co.kr/06/2010/04/2010042513184864959_1.jpg/dims/optimize/)
이 같은 은행권의 비정상적인 채권 투자는 시중자금의 왜곡된 흐름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다. 세계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지난해 시중에 풀린 돈은 증시나 부동산보다 대부분 은행 예금 등으로 쏠렸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국제적 악재가 잇따르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데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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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연 4%대의 고금리 특판 예금 등으로 거액의 뭉칫돈을 유치했다. 그런데 예대율 규제에 전반적인 경기회복 지연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대출이 '꽁꽁' 막혔다.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경기회복을 위해 실물로 돈이 들어가야 하지만 대출을 해줄 곳이 거의 없어 자금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돈을 굴려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 채권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의 모습은 시중 자금흐름의 왜곡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며 "민간 자생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