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효과'보다 '애플효과'가 더 좋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0.04.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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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한국 증시가 애플에 환호하는 이유

미국의 인텔은 전 세계 IT 수요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IT 기업의 비중이 큰 우리 증시가 인텔의 실적 발표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증시에서는 ‘인텔효과’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인텔이 실적을 발표하는 시기에 대형 IT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큰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은 코스피지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인텔효과’는 우리 증시에 훈풍이 된 적이 적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 14일 인텔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코스피지수를 포함해 삼성전자 등 대형 IT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물론 전날 장 막판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영향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증시는 인텔효과도 증시 상승의 동력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인텔이 작년 연간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1월15일에도 인텔 효과는 하이닉스를 52주 신고가로 이끌었고 지난해 7월, 10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텔보다 애플?



인텔에 이어 애플이 21일 2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도 ‘깜짝실적’이었다. 순익이 주당 3달러33센트, 총 30억7000만달러, 매출은 135억달러였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주당 2달러45센트 순익, 120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지만 이를 뛰어넘었다.

애플 주가는 상승했고 우리 시장도 반응했다. 반응 강도는 오히려 인텔 때보다 강했다. 코스피지수가 1.72%(인텔 실적 발표 때는 1.45%, 이하 인텔 발표 때 상승률) 올랐고 하이닉스 5.74%(0.72%), 삼성전자 2.90%(2.05%), LG디스플레이 3.92%(2.39%) 등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물론 21일 상승의 원인을 온전히 ‘애플효과’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골드만삭스 사건으로 증시가 조정받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등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골드만삭스로 높아진 불안심리를 애플 실적이 잠재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성훈 연구원은 “애플이 놀라운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폰의 판매 호조 때문이었고 아이폰 3G에 사용된 부품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부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애플의 실적발표를 계기로 국내 IT주들의 실적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애플의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던 아이폰 3G의 뒤를 이어 오는 6월경에는 아이폰 4G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반도체, LCD, 배터리,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국내 IT주들의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기대감이 원/달러 환율의 큰 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IT주들 전반이 강세를 보인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애플 실적에 주목하는 이유

올 초까지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가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반도체 경기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다. 특히 D램 경기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세계 최대 D램 회사인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하이닉스에 D램을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D램시장의 공급부족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전 세계 D램 매출액이 373억달러를 기록하며 이전 사이클 피크였던 2006년의 338억달러를 넘어서고 초호황기인 1995년의 408억달러에 이어 두번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은 주로 PC와 같은 이미 대중화된 상품 수요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애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애플의 제품들이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점 때문이다. 애플이 실제 휴대폰이나 PC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는 것. 애플 실적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폰은 스마트폰시장을 활짝 열었고,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는 태블릿PC시장의 개막을 알렸다. 이들 제품에는 모두 한국산 반도체와 LCD가 들어간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 수요를 주도하는 애플의 등장은 기존 영역에서 자기 자리만을 고수하던 회사들의 영업 전략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신규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뛰어들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 TV, PC간의 영역이 붕괴되면서 사업자와 콘텐츠 업체간의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통해 수요의 확장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 경쟁자이면서 동반자

사실 애플은 사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 기업들의 경쟁사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모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들이다. 현재는 주로 휴대폰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애플이 시장의 예상처럼 다음 제품으로 TV를 만든다면 애플과 우리 기업들과의 전선은 더욱 확대된다.

하지만 셋트 제품과 달리 부품산업 측면에서는 애플과 국내 기업들은 동반자적 관계다.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반도체, LCD산업의 세계 최대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협력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창출하는 새로운 제품은 삼성전자의 부품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많았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낸드플래시인데 과거 아이팟 나노 출시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대로 "애플의 대용량 낸드플래시 장착 신제품들이 없었다면 낸드플래시산업이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LCD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패드용 LCD 패널의 최대 공급사다. 애플에 이어 HP, 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이 태블릿PC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디스플레이 등 LCD 패널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애플의 선전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및 LCD 기업들의 매출 확대되면 이들 기업에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된다. 애플의 실적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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