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구제역과 신종플루 '테마의 데자뷰'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04.23 11:28
글자크기
강화도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신방역주들의 주가도 급등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흐름이다. 지난해 8월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과 유사하다. 구제역의 급등은 신종플루의 학습효과다. 신종플루가 그랬듯이 구제역의 공포가 확산되면 테마주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테마 열풍이 휩쓸고 간 뒤의 후유증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신종플루 관련주들 중 급등했을 때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공급해 매출이 급증했던 녹십자의 주가도 지난 8월 22만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다. 녹십자의 1분기 매출액은 28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80억원에 비해 143% 증가했다. 또 전분기 2253억원 보다도 27.3%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 세운 제약업계 분기 최대 매출을 스스로 경신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반토막이다.

손 세정제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신종플루 테마주로 등극하며 1000원대에서 9000원대로 주가가 급등했던 파루 (625원 0.00%)의 주가는 어떨까? 23일 현재 파루의 주가는 3000원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다. 파루의 주가는 2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구제역 테마주로 엮이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파루는 방역소독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파루가 방역소독기 분야에서 올린 매출은 무인방제기 12억4000만원, 소독기자동릴 20억원 등 총 3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이 회사 매출 208억원의 15%정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구제역으로 이들 제품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파루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3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신이 났다. 지난 20일 파루는 124만여주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고 밝혔다. 행사가격은 723원으로 대략 3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앙백신, 제일바이오, 이-글벳, 우성사료, 씨티씨바이오 등도 구제역관련주로 구분돼 있다.


중앙백신은 현재 생산제품이나 향후 개발계획 어디에도 구제역 관련제품은 없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올해 구제역 발생 등으로 수입판매 소독제 ‘바이로시드’의 매출이 1분기에만 5억원 정도 발생했다. 지난해 바이로시드의 전체 매출이 8억원 수준인 것임 감안하면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독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씨티씨바이오의 1분기 전체 매출(222억원)의 2% 정도다.

제일바이오, 이-글벳의 경우 방역소독제의 매출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매출이 급증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과거 구제역 발생했을 때 정부와 농가에서 이미 방역소독제를 사 놓았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장기화되더라도 관련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루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