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IT'로 무장하고 승부수 띄운 '한진해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0.04.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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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해운 물류 IT 시스템 ALPS 구축‥"IT 시스템 경쟁력이 해운사 경쟁력 좌우"

"해운업은 글로벌 인프라망이 확보돼야 하는 서비스업이면서도 첨단 정보기술(IT)·금융업까지 포함된 '종합예술'이다. 배를 발주하려며 금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IT물류 서비스가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은영 한진해운 (12원 ▼26 -68.4%) 회장은 최근 열렸던 한 강연회에서 해운업에서 IT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초 차세대 종합 물류 서비스 시스템인 ALPS(Advanced Logistics Pathfinder System)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한진해운은 지난 2년여 간 약 4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해운사가 IT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무슨 큰 것이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IT없는 해운업은 상상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각 선사들은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화물수송 의뢰에서부터 선적서류의 발급, 세관 업무 및 사후정산까지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위성항법장치(GPS) 기술 등을 응용해 선박·컨테이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양인모 한진해운 경영혁신그룹장(상무)↑양인모 한진해운 경영혁신그룹장(상무)


ALPS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양인모 경영혁신그룹장(상무·사진)은 "해운업은 선박으로 운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야 한다"면서 "최첨단 IT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해운업체의 성패를 가른 것이 항만 및 전용터미널 확보, 대형선박 보유 등 하드웨어적인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승부는 정보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에서 좌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진해운은 IT 기술을 활용해 차별적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핵심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처음으로 2005년부터 '경영혁신(PI·Process Innovation)'을 2년 여간 추진했다. 약 800억원이 투입된 전사적 경영 혁신 프로젝트로 해운업의 핵심 업무인 영업 및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최적화 기능을 갖춘 차세대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 상무는 "세계적인 선사들은 각기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진해운은 대규모 선행 IT 투자를 통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한진해운은 PI 결과를 토대로 전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예약시스템, 화물예약시스템, 장비시스템 등 새 종합물류 시스템인 ALPS를 구축한 것이다.

박해찬 경영혁신팀 팀장은 "해운물류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고객 요구의 다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차세대 IT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면서 "과거 PI가 후선업무(back-office)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것이라면 ALPS는 직접 업무 현장에서 적용되는 새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양인모 경영혁신그룹장(상무)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사무실에서 ALPS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양인모 경영혁신그룹장(상무)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사무실에서 ALPS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ALPS의 가장 큰 특징은 웹 기반이라는 것이다. 웹기반이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다양한 물류 파트너들은 정보 취합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의 정확성은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과거 한국,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로 두고 있던 서버를 하나로 통합했다. 박 팀장은 "과거에는 프로그램 수정사항이 있으면 각 지역 프로그램마다 업데이트 해 시간과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ALPS는 본사 서버만 수정하면 돼 시간 절약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 2008년 6월부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경영혁신팀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2008년 말부터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해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황기를 겪어야만 했던 것. 양 상무는 "지난해 회사 일부에서는 ALPS 시스템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층의 판단에 따라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 230명에 이르렀던 투입 인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른 실무에 투입될 수 인력들을 IT시스템에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혁신팀 총 인원은 23명이고 IT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의 전체 인력은 439명이며 이 중 기술직인 368명에 이른다.

양 상무는 "해운업은 수요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컨테이너나 장비를 언제 어떻게 이용할 지, 적정 물량 수요를 예측해 그 만큼의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한진해운이 현재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는 IT 시스템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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