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12원 ▼26 -68.4%) 회장은 최근 열렸던 한 강연회에서 해운업에서 IT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해운사가 IT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무슨 큰 것이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IT없는 해운업은 상상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각 선사들은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화물수송 의뢰에서부터 선적서류의 발급, 세관 업무 및 사후정산까지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위성항법장치(GPS) 기술 등을 응용해 선박·컨테이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양인모 한진해운 경영혁신그룹장(상무)](https://thumb.mt.co.kr/06/2010/04/2010042222231698718_1.jpg/dims/optimize/)
실제 한진해운은 IT 기술을 활용해 차별적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핵심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처음으로 2005년부터 '경영혁신(PI·Process Innovation)'을 2년 여간 추진했다. 약 800억원이 투입된 전사적 경영 혁신 프로젝트로 해운업의 핵심 업무인 영업 및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최적화 기능을 갖춘 차세대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 상무는 "세계적인 선사들은 각기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진해운은 대규모 선행 IT 투자를 통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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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한진해운은 PI 결과를 토대로 전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예약시스템, 화물예약시스템, 장비시스템 등 새 종합물류 시스템인 ALPS를 구축한 것이다.
박해찬 경영혁신팀 팀장은 "해운물류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고객 요구의 다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차세대 IT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면서 "과거 PI가 후선업무(back-office)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것이라면 ALPS는 직접 업무 현장에서 적용되는 새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양인모 경영혁신그룹장(상무)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사무실에서 ALPS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https://thumb.mt.co.kr/06/2010/04/2010042222231698718_2.jpg/dims/optimize/)
이와 함께 과거 한국,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로 두고 있던 서버를 하나로 통합했다. 박 팀장은 "과거에는 프로그램 수정사항이 있으면 각 지역 프로그램마다 업데이트 해 시간과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ALPS는 본사 서버만 수정하면 돼 시간 절약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 2008년 6월부터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경영혁신팀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2008년 말부터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해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황기를 겪어야만 했던 것. 양 상무는 "지난해 회사 일부에서는 ALPS 시스템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층의 판단에 따라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 230명에 이르렀던 투입 인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른 실무에 투입될 수 인력들을 IT시스템에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혁신팀 총 인원은 23명이고 IT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의 전체 인력은 439명이며 이 중 기술직인 368명에 이른다.
양 상무는 "해운업은 수요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컨테이너나 장비를 언제 어떻게 이용할 지, 적정 물량 수요를 예측해 그 만큼의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한진해운이 현재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는 IT 시스템에 대한 투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