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후순위채 연 8.1%인데 인기 시들, 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4.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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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건전성 우려 커져... 다 팔리면 다행

저축은행 업계가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저축은행 자산건전성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후순위채권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2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지난 19일부터 3일 동안 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청약을 실시한 결과, 청약률은 1.03대 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청약을 실시한 W저축은행의 청약률도 1.2대 1이었다.
지난달 후순위채를 발행한 솔로몬저축은행(1.14대 1)과 한국저축은행(0.9대 1)도 청약률이 낮았다.



이는 예년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솔로몬저축은행 후순위채 청약률은 3.74대 1이었다. 발행규모 300억원에 1122억원의 청약금이 몰렸다. 같은 시기 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경기저축은행의 청약률도 2.07대 1이었다.

이처럼 저축은행 후순위채 인기가 예년에 비해 시들해진 것은 최근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여신의 절반가량이 부동산 관련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을 둘러싼 위기설이 계속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켜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 8.1%라는 매력적인 수익률에도 불구,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긴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원건설에 이어 지난달 말 전남·광주지역 건설업계 2위인 남양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견 건설업체 줄도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터라, 건설업계에 묶인 돈이 많은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연말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에서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규제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 중 하나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업계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연체율도 오르자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의 총 여신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강화하고 나섰다.

대형저축은행 임원은 "감독당국에선 후순위채 발행 시 유상증자를 병행해 실시하도록 압박하고 있어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쉽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마저 후순위채를 외면하고 있어 당분간 자본확충에 나서기가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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