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황장엽 암살조, 6∼7년 특수훈련 뒤 남파"

뉴시스 2010.04.21 18:58
글자크기
검찰 "황장엽 암살조, 6∼7년 특수훈련 뒤 남파"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고 국내에 잠입하려다 구속된 간첩 2명이 6∼7년 동안 남파 특수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구속된 남파간첩 김모씨(36)과 동모씨(36)는 1992년부터 인민무력부 정찰국 전투요원으로 선발돼 각종 특수훈련을 받은 뒤 각각 7년, 6년씩 남파를 위한 특수훈련도 받았다.



함경남도 함승시 출신인 김씨와 함경북도 화대군 출신의 동씨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1992년 9월 인민무력부 정찰국 전투원으로 선발돼 같은해 11월 말까지 기초군사훈련 이수한 뒤 정찰국 577소(전투원 양성 교육기관)에 입적해 1996년 5월부터 5개월동안 황해남도 강령군 쌍교리 해안에서 육·해상 침투 훈련 등 전투원 교육을 각각 이수했다.

이후 김씨는 1997년 12월 서해해상 침투로 개척 조장으로 복무하는 등 북한 공작기관의 간부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 '국기훈장 3급'을 수여 받기도 했으며, 동씨는 '577소' 산하 비밀전투 단위인 1과에 배치돼 근무했다.



김씨의 본격적인 남파 특수훈련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전투원 복무 도중인 2003년 2회에 걸쳐 당시 정찰국장으로부터 중국 현지 실습을 지시받고 지형정찰 및 상점, 식당, 시장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습득하고 귀북 후 보고서를 작성해 577소 소장에게 제출했다.

김씨는 2004년 대남 공작원에 정식으로 임명된 뒤 같은해 4월부터 평양시 소재 초대소에서 전문 공작원 교육을 이수했다. 특히 김씨는 2007년 "함흥시 사포구역 출신 A씨(2004년 사망)로 신분 위장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후 A씨의 경력 및 가족관계 등에 대한 신원사항 숙지 및 주소지 현지 답사 등을 실시한 뒤 담당지도원으로부터 밀봉교육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2008.12부터 도강 및 중국침투 방안(경로·방법), 중국 침투후 거처 마련 등에 대한 중점 훈련을 받았다.


동씨의 경우 2004년 12월 정찰국 산하 대남공작부서 '717부' 부장으로부터 717부 공작원으로 선발되었음을 통지받으면서 본격적인 남파 특수훈련에 돌입했다. 동씨는 2005년 1월부터 평양시 초대소에 수용돼 717부 어학담당 지도원으로부터 영어회화 학습을 받는 등 해외 위장침투에 대비했으며, 2006년 4월부터 공작담당 지도원으로부터 정치사상 학습 및 대남 침투대비훈련 등 공작원교육을 받았다

동씨는 2006년 "함흥시 회상구역에 사망한 B씨로 신분위장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B씨의 가족사항, 학·경력 등을 암기하는 한편 B씨의 주소지, 근무장소, 군복무 장소 등을 직접 답사했다. 이후 동씨는 철저히 B씨로 위장한 뒤 함경북도 무산 소재 '무산광산' 운전수로 위장취업해 중국 도강선 물색 등 대남침투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씨는 도강보다는 위험부담이 적은 위장여권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입국하기로 협의한 뒤 중국 길림성 용정시 삼합진으로 들어가 해외 위장신분 적응훈련도 실시했다.

6~7년이 넘는 남파 특수훈련을 마친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찰총국장 김영철로부터 '황장엽 처단' 공작임무를 받았다. 김씨는 공작조장으로 임명됐으며, 동씨는 황씨의 친척으로 위장할 것을 지시받았다.

이후 이들은 야음을 틈타 회령 인계리 접경 두만강을 이용, 중국으로 침투해 연길로 이동했다. 각각 별개의 장소에 체류하던 이들은 탈북브로커 홍모씨를 통해 다른 일반탈북자와 함께 태국 방콕을 경유해 올 1~2월 각각 인천공항으로 국내에 잠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훈련을 받았음에도 국내 사정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신문관의 집중 추궁과 위장한 인적사항과 동일한 지역 출신 탈북자와의 대질신문 등으로 신원사항 및 학력, 경력이 허위임이 탄로난 것이다.

결국 이들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대남공작원으로서 '황장엽 처단' 등 임무를 부여받고 국내 입국하였다"고 실토,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에 구속됐다.

이들은 사정기관 조사과정에서 "황씨를 만나면 살해한 뒤 투신 자살하려고 했다"며 "황장엽 친인척으로 신분을 위장해 남한에 정착하면 언젠가 황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사정당국은 현재 이들을 상대로 남한에 잠입했을 시 만나기로 했던 고정간첩이 누군지 조사 중이며, 국내 친북세력과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