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벗어난 '한컴' 또다른 위기는?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0.04.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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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상장폐기 위기 간신히 벗어나...주인 또다시 바뀌게 되나

'아래아한글'로 유명한 국민 소프트웨어(SW)기업 '한글과컴퓨터 (22,700원 ▲100 +0.44%)'가 21일 상장폐지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컴을 상장폐지라는 벼랑끝으로 몰고간 잇따른 대주주 비리사건 발생 등 구조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컴은 현재 다시 매물로 나와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한번의 대주주 손바뀜이 예상된다. 국내SW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매출 486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영업이익률 31.1%)을 기록한 알짜 기업 한컴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벤처신화에서 국민SW기업으로



한컴은 1989년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이찬진 현 드림위즈 대표 등이 한글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개발하면서 1990년 설립됐다.

‘아래아한글’은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SW기업인 MS의 ‘워드’와 맞대결을 펼치면서 한컴은 일약 토종SW 기술력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1996년 9월에는 SW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하지만 이후 한컴의 부침도 컸다. 198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면서 한컴은 부도위기에 몰렸다.


외환위기라는 외풍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MS 윈도의 등장 등 SW산업의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시장으로 발빠르게 사업영역을 확대하지 못한 탓이었다.

당시 전세계 PC 운영체제(OS)시장과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독식했던 MS는 유독 국내에서만 서한컴의 존재로 인해 고전하면서 한컴 인수를 검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벤처기업협회장인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현 기업호민관)이 ‘아래아한글 살리기운동’을 펼치고, ‘한글815판’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한컴은 다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컴은 벤처성공 신화를 넘어 국민SW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잇따른 손바뀜...예고된 시련

한컴 회생의 주역인 이민화 전 회장이 2000년 아예 한컴을 직접 인수하면서 한컴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붕괴되면서 한컴은 다시 시련의 늪에 빠져든다.

한컴은 이후 웨스트 어베뉴, 티티엠, 넥센 캐피털, 서울시스템 등으로 여러차례 대주주 교체를 겪다가 지난 2003년 프라임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다. 프라임그룹이 SW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한컴은 재도약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백종진 전 대표의 횡령사건이 터졌다. 또한 프라임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한컴은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 때 한컴의 경영권을 잡은 곳이 바로 현 대주주인 인터넷TV 셋톱박스업체인 셀런이다.

셀런은 계열사인 삼보컴퓨터의 하드웨어와 한컴의 SW기술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대주주가 사고를 쳤다. 검찰이 지난 3월 김영익 대표 등 5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

업계에서는 셀런이 한컴 매입비용 520억원의 대부분인 380억원을 차입 방식으로 조달한 인수과정부터 이번 사태가 예고됐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김영익 대표는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대주주 비리에 멍드는 회사와 소액주주

상장폐지의 위기를 넘겼지만, 대주주의 잇따라 횡령 및 배임사건으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와 소액주주의 몫이다.

한컴은 SW업종의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알짜기업이다. 대주주가 여러번 바뀌는 부침속에서도 지난 2003년부터 7년 연속 흑자를 냈다.

더구나 한컴은 지난 3월 새로운 오피스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2010’을 내놓으며, 올해 매출 541억원, 영업이익률 28~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공략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대주주의 배임횡령사건이 터지면서 기업이미지 타격 뿐 아니라 사업추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잇따른 대주주 비리사건으로 인한 비리기업 ‘낙인’은 텃밭인 교육 및 공공시장에서도 한컴 제품을 외면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는데다 MS는 5월 새로운 오피스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김영익 대표는 앞으로 검찰과 법정공방을 벌여야해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컴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위기를 넘자마자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국민SW기업 한컴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 등으로 피해를 각오해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컴의 지분은 대주주인 셀런에이치가 28%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다.

한컴 소액주주들은 “이번 배임횡령 사건으로 인한 대여자금 등을 해결하고 현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컴에 몸담았었던 업계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한컴이 제대로된 사령탑을 만나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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