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7원..中企는 울상, 유학생 부모는 好好

도병욱 김지민 기자 2010.04.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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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민도 늘어…수출기업은 울상, 캐나다 유학생 부모는 한숨만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이 웃음을 찾았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벌이던 환율을 보며 한숨을 쉬었지만, 이제 환율만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7.8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초 달러 당 1800원 수준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달러가 필요한 이들에게 지금의 환율은 '축복'이다.



당연히 은행 창구를 찾아 달러로 환전하는 이들은 부쩍 늘고 있다. 신한은행 무교글로벌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창희 과장은 "환율이 한창 오를 때는 해외 송금 규모를 최소화했는데 최근에는 송금 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며 "해외 송금 고객들이 여유 있게 송금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과장은 "자금에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미리 환전을 해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며칠 사이에 언제 환전을 해야 하는지 묻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투자이민을 결정하려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은행 월드센터의 최은영 차장은 "투자이민에 들어가는 자금이 최소 50만 달러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를 노려 투자이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이민은 100만 달러(소외지역일 경우 50만 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3~6개월 만에 미국 비자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인데, 비자를 상대적으로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중 하나다.

여행을 준비하려던 이들에게도 환율 하락은 호재 가운데 호재다. 한 은행 창구 직원은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여행용 환전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실제 CJ오쇼핑이 올해 1분기 해외여행 상품 판매 건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TV홈쇼핑 부문에서 32%, 인터넷쇼핑몰인 CJ몰에서는 55% 증가했다.


반면 수출기업들은 울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 은행의 중소기업 담당자는 "최근 환율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어떤 방법으로 환율 하락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출보험공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환율 마지노선은 중소기업 기준 1134원, 대기업 기준 1090원이었다.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도 걱정이다. 원/달러 환율은 크게 내렸지만, 캐나다 달러나 호주 달러 등 다른 통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하나은행의 최 차장은 "유학을 많이 가는 나라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당 국가 통화의 환율이 오름세"라며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 등지의 유학생 부모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 소식에 오히려 씁쓸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들은 여유로운 분위기다. 외화유동성이 충분한데다 환율까지 하락세라 외화조달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은행 자금부장은 "환율이 오르면 은행 입장에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부담이 되는데 환율이 내려가는 건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은행권 전체적으로도 외채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분위기라 우려할 부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트레이딩 담당 부서는 "당국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며 "지금 상태는 좋지만 개입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 낭패를 볼 수 있어 긴장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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