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금융 위기의 새 국면 진입" 경고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0.04.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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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 문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새 국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IMF는 "막대한 수준의 부채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퍼지며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국가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져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경우 회사채 금리가 덩달아 올라가며 기업들의 자금압박이 심화돼 전 세계 경제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가 보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경우 해당 국가의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발행 비용이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독일 10년만기 국채와 다른 유럽 국가 국채와의 발행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br>
(자료:월스트리트저널) 200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독일 10년만기 국채와 다른 유럽 국가 국채와의 발행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이 같은 경고는 IMF가 발표한 은행 손실 전망치에 의해 더욱 부각되고 있다.



IMF는 전 세계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 세계 은행들이 2007년~2010년 간 입은 손실이 2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추산했다. 지난해 10월 예상치인 2조8000억 달러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막대한 수치다.

전 IMF 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하버드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정부가 은행 시스템을 회복시키기 위한 지출을 늘리며 은행 위기가 수 년 후 국가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2008년 본격화된 금융위기 이후 정부 세수가 감소한 데다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이 늘어나며 선진국들은 현재 2차 대전 이후 유례없는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황.


IMF "금융 위기의 새 국면 진입" 경고
IMF 호세 비날스 IMF 금융자문관은 "국가 위험도에 대한 주의 깊은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부채 부담을 줄이고 신용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중기적인 재정 적자 감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비날스는 "부채 더미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리스의 악전고투는 각국 정부에 경고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곧이어 "개선된 재정 상황을 나타내기 시작한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는 그리스와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날스는 채권 부도에 베팅하는 신용부도스왑(CDS) 거래가 공공 부채 위기를 과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채권 구입 없이 채권 부도에 대한 보험 상품인 CDS만 구입하는 이른바 '네이키드 CDS' 거래 금지는 불법 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상황에서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편 IMF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자금이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아시아와 이머징 마켓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12월 이후 제로금리(0~0.25%)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도 상당기간(6개월 이상) 이를 동결할 전망이다. 유로존 역시 11개월째 금리를 1%에 동결중이며 디플레 우려를 안고 있는 일본도 0.1%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IMF는 자금이 흘러들며 호주, 중국, 홍콩, 프랑스의 주거용 부동산과 일본 국채 시장 이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버블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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