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억울한(?) 금융위원회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4.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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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억울할 법 하다. 금융감독원과 싸울 때마다 혼나는 건 금융위니 말이다. 이번 금융사 제재 권한을 둘러싼 다툼도 마찬가지다.

마치 동생(금감원)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빼앗으려는 것처럼 비쳐졌으니 모든 욕은 형(금융위)이 먹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을 차갑게 대했던 언론조차 금융위와 부딪칠 때면 금감원 편이 된다. 여기서 받는 소외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은행법 개정안 수정 논란만 봐도 속이 탄다. '기습적으로' '몰래' 하려고 했다니 펄쩍 뛸 노릇이다. 국회 입법조사관실의 의견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면서 생긴 '해프닝'에 불과한 데 안팎이 소란스럽다. 법 정비를 고민한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새 '비겁한' 놈이 돼 버렸다.

좀체 내용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법에 따르면 침익적(侵益的) 행위는 행정청의 몫이다. 신분적 제재, 기관 제재 등은 행정청인 금융위가 하라는 게 법제처 등이 매번 지적해온 사항이다.



'인원이 없다' '검사를 직접 하지 않았다' 등 설명을 해도 법 앞에선 용납이 안 된다. 그래도 행정청이 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그래서 법체계를 정비하려는 데 너무 시끄럽다.

"제재권을 뺏을 생각도 없다" "현행 제재 시스템과 달라지는 게 없다"고 강변해도 안 먹힌다. 큰 뜻보다 제 몫만 지키려는 동생의 행동이 얄미울 뿐이다.

금융위의 넋두리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깔끔하지는 않다. 이번 논란은 '법 정비' 차원이 아닌 '법 해석'이란 근원적 문제를 내포하기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위 설치법에 보면 금감원의 업무 중 하나로 '검사 결과에 따른 법과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한 제재'가 명시돼 있다. 동생이 형에게 대드는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결국 법 해석까지 가야한다는 얘기인데 왜 지금 이런 근원적 논쟁을 해야 하는지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절실했고 그렇게 필요했다면 팔을 걷어 부치고 5년전, 10년 전에 했어야 하지 않을까. 금융위가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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