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지존' 위상 흔들릴까

뉴욕=강호병특파원 , 김성휘기자, 안정준기자 2010.04.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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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정부와의 관계 삐그덕..기업은 동요 덜할듯

골드만 삭스가 미 증권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피소되면서 골드만 삭스 고객이 고민에 빠졌다. 사기라는 부도덕한 일을 한 투자은행과 계속 거래를 해야하느냐 하는 것이다. 당장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한 곳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주요고객이었던 유럽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혐의내용은 헤지펀드가 부동산증권을 공매치기 위해 만든 파생상품인데 이를 다른 투자자에게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고 팔았다는 것이다. 관련 금전손실 가능성보다 행위의 비도덕성이 더 크게 부각된 사안이다.



◇ 유럽정부, 골드만 삭스와 관계 흔들흔들

투자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적시된 곳은 독일IKB 산업은행과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다. RBS 2007년말 인수한 네덜란드 은행 ABN 암로가 투자했던 부분이다. 공교롭게 유럽 금융사들이 월가 투자은행에 당한 모양새여서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영국처럼 자국 금융사가 직접 사안에 연루된 나라에는 금융당국이 고강도대응으로 나오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20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피소된 것과 같은 혐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앞서 18일 FSA에 골드만삭스 조사를 지시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번 소송에서 드러난 (골드만삭스의) '도덕적 파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유럽판에 의하면 독일 재무장관은 사안을 들여다본 후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나 채권 인수주관사에서 골드만삭스를 배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도 지난주말 모종의 법률적 액션에 나설수 있음을 언급했다.

영국에서도 정부가 골드만삭스와의 거래를 끊도록 하는 압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클레그는 "무죄가 입증되기 까지 골드만삭스를 영국정부의 재무자문사에서 제외시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닉 클레그 당수는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정부가 당장 골드만삭스와 거래를 단절하는 강수를 둘지 미지수다. 그러나 SEC 제소로 인해 골드만삭스와 관계가 대단히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엔 골드만삭스도 2001년초 그리스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주선해 그리스가 정부부채 규모를 은폐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은바 있어 더욱 난처해진 상황이다.

특히 민간 기업과 달리 정부나 정치권은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 골드만 삭스에겐 사기사건으로 인해 가장 잃을 가능성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근 20년간 골드만 삭스는 유럽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특히 유럽국가는 재정적자 비중이 높고 정부부채가 많아 월가 투자은행에 노다지로 꼽혀왔다. 골드만 삭스는 영국, 독일을 포함, 유럽 정부채 발행의 단골 주관사 역할을 했다. 그 관계를 언덕삼아 이들 국가의 민영화에도 깊숙히 개입해왔다.



◇ 민간기업은 동요 덜할 듯

기업 등 민간 고객은 동요가 덜할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를 대체할 파트너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록데일 증권 은행 애널리스트 딕 보브는 이와 관련 "투자은행과 트레이딩분야에서 회사의 존재감이나 숙련도, 자본여력은 골드만 삭스가 넘버원"이라며 "기업들이 골드만삭스를 외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포드자동차는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와 기존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크 트루비 포드 대변인은 "포드는 골드만삭스와 긴 시간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56년 포드의 기업공개를 주간했으며 골드만삭스의 존 손튼 전 대표는 포드의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라며 "대다수의 고객들은 골드만삭스를 지지하는입장"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은 골드만 삭스의 고객기반이 매우 탄탄함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은행과 트레이딩에서 골고루 이익과 매출이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분기에 34억6000만달러, 주당 5.59달러의 순익을 거뒀다.사전 전망치인 4.14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다. 순이익 총액은 전년 18억1000만달러보다 91% 급증했다.

이 기간 순수익은 127억8000만달러로 전망치인 110억5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채권 및 외환, 상품 트레이딩 부문 순수익이 74억달러로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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