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겨진 유권자의 비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4.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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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남겨진 유권자의 비애


"각오는 이해하지만 뽑아준 우리는 어쩌라고…." 20일 김진표 민주당 의원(수원 영통)의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지켜본 수원시 영통구의 한 유권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역구 대표로 일하라고 뽑아줬더니 하룻밤 새 '버림받았다'는 하소연이다. 김 의원은 이날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선거법에 따라 '금배지'를 반납했다.

지난 12일 충북지사 선거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이시종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충북 충주에 연고를 둔 기자의 한 지인은 "지역 일꾼이 되겠다고 할 땐 언제고 일방적으로 그만두겠다고 하면 '계약위반'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임기 4년 동안 유권자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지역 일꾼으로 '복무'하겠다고 계약한 자리다. 좀 더 나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만기 전에 의원직을 내놓는다면 계약을 깨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이런 계약위반 상태에 놓인 현역의원은 이들 외에도 10여 명에 달한다. 일단 한나라당에선 강원지사 후보로 공천된 이계진 의원이 이달 말 의원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김충환 나경원 원희룡 의원은 경선 결과에 따라 언제든 금배지를 반납할 수 있는 '사퇴 잠재군'이다.

민주당에선 광주시장 후보로 확정된 강운태 의원과 인천시장에 도전장을 낸 송영길 의원, 강원지사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이광재 의원 등이 의원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된 박상돈 의원도 조만간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방을 뺄 계획이다.



현역 의원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전경험'을 쌓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국회에서 입법한 법안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많게는 수조원의 예산과 수천 명의 조직원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도 생긴다. 당 차원에서도 '되는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 현직 시·도지사가 많은 여당보단 인물난에 허덕이는 야당에서 의원직 사퇴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겨진 유권자는 허망하다. 의원들이 사퇴한 지역구에선 보궐선거가 있는 7월 말까지 지역과 중앙을 이어줄 창구가 없는, 소통 부재 상황을 견뎌야 한다. 보궐선거에 따른 추가 선거 비용도 고스란히 유권자가 충당해야 한다. 6월을 향해, '좀더 큰' 무언가를 찾아 떠났을 의원들은 남겨진 유권자의 이런 마음을 한번이라도 헤아려봤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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