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채권 발행시장의 18~20%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안정성을 추구하다보니 기금의 상당부분(73%)을 국내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채권 매입 시 금리 하락 우려가 있고 더 규모가 커지면 팔고 싶어도 팔 곳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를 원하는데 채권시장의 60%가 4년 만기 이내라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 기금 규모가 270조원을 기록하며 미국 최대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다음으로 운용자금 규모가 크다.
이 같은 국내 시장 편중이 금융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만 해도 국민연금은 이미 포스코 (320,000원 ▼8,000 -2.44%), KT (41,100원 ▼1,750 -4.08%) 등 90여 개 종목의 1대 주주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에서 올해 5%대로 올라서고, 4~5년 후에는 1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대로라면 국민연금이 웬만한 종목의 1대 주주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증시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 수준, 약 9%를 (시장 왜곡이 없는)한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지금의 국민연금 규모라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캘퍼스만 해도 자산의 절반이 해외 투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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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10%)은 세계의 다른 연기금과 비교해 매우 적다. 국민연금과 규모가 비슷한 캘퍼스는 해외 주식(28.4%)과 채권(2%)을 합쳐 30%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과 대체 투자 등을 합치면 이 비율이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나 온타리오 사학연금은 해외 주식에 30~40%를 투자해 국내 주식보다 많고 ABP는 60% 이상이 해외 투자로 파악된다. 이들은 국내 시장이 작은데다 언어적 장벽이 낮고 제도 등이 비슷해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가 쉽다.
동양권인 일본의 공적연금(GPIF) 역시 해외 투자 비중이 채권 11.4%, 주식 14%로 25%를 넘는다. GPIF는 거대 기금의 국내 소화가 어려워지자 2003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섰다.
위경우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투자 규모가 너무 많으면 매매에 따른 가격 변화가 커지고 유동성 확보도 어렵다"며 "대규모 매도 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밖 에 없고 기금운용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자금이 한정된 시장(국내)에 들어가면 내부 집중 리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이자율 하락, 주식가격 왜곡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는 국내보다 정보수집이 어렵고 환위험 등이 있어 신중한 운용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철저한 준비 없이 해외로 나갔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을 만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각각 5.1%와 4.1%로 늘려 잡았다. 2014년까지는 해외 주식에 10% 이상 투자하고 해외 채권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