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15일 진도 앞바다에서 해군 링스헬기가 추락해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어 17일에도 소청도 해상에서 링스헬기 1대가 불시착했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초 평창에서는 K-5 전투기 2대가, 남양주에서는 500MD 헬기가 추락했다. 두 달 사이 초계함 1척, 전투기 2대, 헬기 3대가 침몰하거나 추락한 것이다.
군은 이미 천안함 사건 이후 차고 넘칠 정도로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부실한 초동대처에서부터 말바꾸기를 비롯한 각종 혼선까지 시종일관 우왕좌왕한 대가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군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군 대비태세와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기체 결함, 정비 불량, 천안함 사건 이후 잦은 출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등 갖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군은 '기강해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링스헬기 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 만에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만 해도 그렇다. 군은 두 번째 링스헬기가 불시착한 뒤에야 비행을 전면금지하고 긴급 안전진단에 나섰다.
군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일은 당연히 사태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가리는 것이다.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는 대대적 인사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식의 안이한 대처로는 더이상 군이 설자리는 없다. 군이 이 지경인데 우리의 아들과 조카, 동생을 마음 놓고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