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여의도 찾은 네오세미테크 주주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0.04.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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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레터]7000명 네오세미테크 주주들…재감사 합의로 '희망의 빛'찾아

2010년 4월 16일. 여의도 한 식당에 300여명의 사람들이 집결했습니다. 부산, 울산, 춘천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녀간 사람의 수는 500명에 달했습니다. 휴가를 내고 상경한 직장인들도 있었습니다.

12일 20여명, 13일 60여명에서 15일에는 200여명으로 늘었고, 16일에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두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네오세미테크 (0원 %) 주주들이었죠. 금융감독원 앞에서 '살려주세요'구호를 7-8회 외친 뒤 짜장면 한 그릇 먹고 내려갔지만 보람을 느낀다는 한 지방의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네이버 카페의 네오세미테크 (0원 %) 주주연대(http://cafe.naver.com/nimisemitech)는 인증을 받아야하는 멤버 수만 2813명에 달합니다. 주주연대는 거래소, 대주회계법인, 금융감독원 등을 조직적으로 방문하면서 필사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감사원, 총리실, 경찰청 등에 민원은 기본. 병상에 누워있는 탓에 친척을 서울 집회로 올려 보냈다는 사람, '죽기를 각오했다'는 절박한 말들도 보입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네오세미테크 주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친 건 이들이 대주회계법인을 항의방문한 이틀 후인 15일. 감사의견 거절로 시가총액 4000억 네오세미테크의 상폐를 불사하던 대주회계법인이 회사 측과 재감사를 추진키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이례적인 일이죠.



당초 16일 여의도 집회는 2000명의 인파를 예상할 정도로 위기가 고조됐지만, 재감사 합의로 규모는 크게 줄었습니다. 연대 측은 일단 지오엠씨 (0원 %) 등의 경우처럼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뒤 나중에 거래를 재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많습니다. 거래소 당연직 임원을 포함해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9인의 외부인력으로 구성된 상장위원회는 오는 22일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를 최종심사할 예정입니다. 회계법인과 회사 측은 이 상장위원회에 '재감사 추진' 등의 일정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위원회는 재감사여부에 관계없이 열리며, 재감사 추진 등 일정이 확정되면 먼저 나오면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당장 아구스 (0원 %) 소액주주들도 대주회계법인을 고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구스는 횡령배임 문제를 풀 대주주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향후 대주회계법인 측은 네오세미테크의 이전 회계처리도 모두 살피고 매출 편중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감사의견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부인증, 공시 또는 증권사 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는 주주들의 심경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및 발광다이오드(LED) 등 현 정부의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성장'사업의 핵심주자였습니다. 2008년말 산업은행으로부터 '글로벌스타'인증 기업으로 채택됐고, 지식경제부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기술개발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으로 올 초엔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사흘 후, 3000억원이 넘는 돈이 묶인 7000명 주주들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주주들은 "대한민국의 녹색성장기업에 투자한 7000여 소액주주들은 눈물로써 호소한다"는 광고를 준비중입니다.
시장 건전성 유지와 소액주주 보호, 풀기 힘든 숙제입니다.

"살려주세요" 여의도 찾은 네오세미테크 주주들


<사진: 지난 16일 여의도 한 식당에 모인 네오세미테크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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