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면 40만원 드려요" 인터넷 '쩐의 전쟁'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0.04.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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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조금 규제하자 유선 현금 마케팅 과열

#서울 도봉구에 사는 최모씨는 최근 초고속인터넷에 새로 가입하면 현금 40만원과 35%의 요금할인까지 해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 몇년간 인터넷에 가입했지만 장기할인밖에 받지 못한 최씨는 당장 인터넷 업체를 바꿨다.
 
#직장인 이모씨도 휴대폰을 바꾸려고 대리점을 찾았다. 휴대폰만 바꿀 생각이었는데 대리점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전화까지 바꾸면 현금 40만원을 준다고 해서 모두 바꿨다.
 
최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현금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에 지급되는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겠다고 나서자,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이 느슨한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 시장으로 마케팅 비용이 대거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통합LG텔레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가입하면 20만원 지급'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가입자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무료사용기간을 3개월 가량 주고 있어, 사실상 3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통신업체 대리점은 현금을 4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어, '금권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시장의 현금마케팅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는 휴대폰 보조금을 강력히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유선통신 마케팅 경쟁 수위가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무선뿐 아니라 유선에서도 마케팅 비용은 서비스 매출액의 22%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말부터 '아이폰'을 국내 시판하기 시작한 KT는 이미 무선시장에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22%의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아이폰'을 5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이미 서비스 매출의 22%를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선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KT가 유선시장에서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서비스 매출의 10%를 밑돌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22%를 넘을 수 없다'는 정부의 기준선까지 한참의 여유가 있다.
 
지난 9일부터 SK브로드밴드 유선상품을 재판매하기 시작한 SK텔레콤도 유선상품 판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향후 인기 단말기 물량 확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유선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유선상품을 판매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부의 마케팅비용 가이드라인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처럼 선발사업자들이 유선시장에서 과도한 현금마케팅에 나서자 후발업체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후발업체 한 관계자는 "KT가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써서 가입자를 모으면 마케팅 비용에 제한이 있는 다른 사업자는 가입자를 뺏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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