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무디스 호재의 빛과 그늘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10.04.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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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이라는 '깜짝 호재'가 발표되면서 재료에 목말라하던 전날 주식시장이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한 듯 힘껏 뛰어올랐다. 며칠간 잃었던 하락 분을 대부분 만회하며 1730선 중반에 올라섰다.

대규모 펀드환매 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이에 따른 미국 증시의 연중최고가 행진, 외국인 매수세,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 등 여러 호재로 선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확실히 뚫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펀드 환매가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증시에 낙관론이 무르익고 있지만, 마냥 취해있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이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결국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본다면 원화강세와 맥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가 신인도 상승이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불가피하게 원화강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선 '그늘'일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왔던 주도주가 수출주라는 점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포트폴리오상에서 수출주에 비중이 매우 높았다면 다소 줄이고 금융주나 환율에 관계가 없는 내수우량주 쪽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당장 국가 신인도의 상승은 통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날 원화환율은 1112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다시 한 번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안정적이라고 인정받았다면 한국의 통화 역시 강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높아진 원화가치가 국내 경제의 주력 첨병인 수출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신한금융투자는 주장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바닥권에 진입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전세가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경우 원화가 강세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실질적으로 증시에서 수혜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향후 수익성 전망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며 기존의 IT 및 자동차주 중심의 주도주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고 신한금융투자는 진단했다.



당장 주도주 구도의 급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항공이나 해운, 유화 등 원화강세 수혜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수출주에 대한 관심은 IT와 조선주 중심으로 압축시키는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고 신한금융투자는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도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다시 강화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 위안화 절상이슈까지 동시에 맞물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원화강세는 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급측면에서도 그동안 외국인이 IT와 운수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집중 매수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매수강도가 주춤하는 양상이며 오히려 유통, 보험, 화학, 기계 업종 등 여타 업종들의 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역시 대부분의 업종을 매도하는 가운데에서도 금융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최근의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종(종목)별 선호도는 기존과 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IT와 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주도주 외에도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군이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주의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세워나가는 것이 초과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매매전략이 될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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