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를 타고 떠난 그리움의 고장 '함평'

최병일 기자 2010.04.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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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비단 같은 날개를 파드득 거렸다. 술렁 봄바람이 일렁이고 함평의 대지에는 시린 햇살이 은총처럼 뿌려졌다. 나비는 짐짓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돌머리 해수욕장을 지나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는 모평마을까지 날아가고 여운처럼 그리움이 묻었다.

나비의 날개를 타고 떠난 그리움의 고장 '함평'


◆다양한 나비 한눈에 조망하는 함평엑스포공원



함평의 상징은 역시 나비다. 함평의 나비대축제가 매해 마다 착실하게 성장하면서 함평엑스포공원이 세워졌다. 이곳은 해마다 열리는 나비축제의 주무대이다. 물론 나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곤충과 토종민물고기 전시관까지 마련돼 있다.

▲함평 엑스포공원▲함평 엑스포공원
하지만 나비곤충표본관 나비생태관 등 나비에 관한 자료와 살아 있는 나비가 이만큼 모인 곳은 없다. 국내외 4백50여종 9천여 마리의 나비가 전시관에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함평엑스포 공원에서 나비외에 가장 이색적인 곳은 황금박쥐생태관이다.



뜨악하게 무슨 박쥐인가 싶지만 실은 멸종위기에 있는 황금박쥐가 함평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박쥐의 분류와 생태 전통속의 박쥐 등 다양하고 독특한 박쥐의 세계를 찾아 볼 수 있어 제법 보는 재미가 쏠쏠 하다. 주변의 자연생태공원은 다양한 야생화와 습지 식물까지 살펴볼 수 있어 자연학습장의 최적지이다.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 있는 돌머리해수욕장은 석두(石頭)를 우리말로 풀어낸 이름이다. 그러니 '돌머리'라는 이름은 육지 끝이 모두 바위로 되어 있어 붙여진 셈이다. 맑고 얕은 바닷물, 해변 끝의 울창한 숲, 해안에서 바라보는 낙조 등으로 유명한 이곳은 간만의 차가 심해 7,920 평방미터의 인공 풀장도 만들어 놓았다.

갯벌에는 해초류와 낙지, 게 등이 많아 찾는 이로 하여금 갯벌 체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돌머리 해수욕장의 갯벌 체험장은 수평선 끝까지 온통 갯벌로 이루어져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함평에 재현된 상해임시정부 역사관과 독도
▲임시정부 독립기념관 ▲임시정부 독립기념관
함평이 낳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신광면 함정리에 태어난 일강 김철 선생은 일평생을 오직 독립운동에만 바쳤던 인물이다. 그는 지역에서 알아주던 부자였다. 만석꾼은 못되고 천석꾼은 넘었다 하니 요즘 셈으로 치면 몇 백억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재산을 처분해서 독립운동의 자금으로 내놓았다.

상해 임시정부 수립 후에 임시정부의 국무원, 재무장 비서장 등으로 활동했고,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주도한 이도 바로 김철 선생이었다. 48세에 격무로 인해 급성폐렴을 얻어 중국 항주에서 서거했던 인물. 함평에서는 그의 민족혼을 기려 김철기념관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 역사관을 세웠다.

독립운동 역사관에는 특히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정부 집무실 등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상해의 임시정부 청사 설계도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에서 낡은 가구까지 들여와 재현했다고 한다.

비록 김구선생이 직접 쓰던 책상은 아니지만 독립을 위해 노심초사했을 선생의 밭은 기침소리가 들려오는 듯 사실감이 느껴진다.

김철 선생과 깊은 연관을 가졌던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기록물과 영상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사실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졌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4살이었고 이봉창 의사가 히로히토를 처단하려 했을 때 나이는 32살이었다.

살아온 나날보다 갑절은 더 많은 생이 남겨져 있음에도 그들은 의연하게 죽음의 길로 자신의 몸을 던진 것이다. 육신을 던져 불멸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일강 김철기념관 061)322-5538, 대한민국임시정부 독립운동역사관 061)320-3511
▲함평에 있는 독도섬 ▲함평에 있는 독도섬
함평에 또 하나의 명물은 운교리 대동호 저수지에 만들어진 대형 독도 조형물. 실제 크기의 30분의 1로 만들어져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묶어놓는다. 한참 독도 문제로 인해 어수선한 상황에서 독도 조형물은 깊은 성찰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흙냄새, 대숲소리 어우러진 천년 한옥마을, 모평마을
▲모평마을의 봄 ▲모평마을의 봄
대숲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대숲에 걸려 사각거리며 몸을 뒤척인다. 모평마을에 가면 흙돌담으로 세워진 천년 한옥마을이 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모평마을은 고적하고 안온하다. 모평마을은 이를테면 함평군의 모태와 같은 곳이다. 함평이라는 지명이 함풍현과 모평현에서 따온 말이니 말이다.

모평마을의 정수는 모평헌이다. 나무숲 사이를 돌아 가다 문득 선계처럼 나오는 모평헌이라는 이름의 정자에는 아직도 송진 내음이 그대로 묻어 날듯한 푸릇한 기상이 느껴진다. 주변 한옥들이 마치 두런두런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형상으로 모여 있어 이색적이다.

뒤로는 야생 차밭이 펼쳐진다. 특히 눈이 오는 계절이면 환상적이라는 이곳에는 그윽한 다향이 물씬 풍겨왔다. 역사적인 유적도 곳곳에 있다. 여진을 몰아내고 동북 9성을 쌓은 윤관 선생의 사당, 충성스러운 노비부부였던 도생과 사월을 기리는 비석과 남편의 죽음을 막으려다 살해당한 신천 강씨 열녀비는 세월을 넘어 훈훈한 감동을 준다.

신천강씨 부부가 왜구에게 죽임을 당한 후 노비 부부는 어린 아들을 지성으로 키워 훗날 과거에 급제를 시켰다. 아들 또한 이들 부부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두 사람의 비를 세울 것을 유언으로 까지 남겼다. 지금도 파평윤씨 일가에서는 노비부부의 제를 올린다고 한다.

함평해수찜
세종실록에도 나온다는 신흥마을의 해수찜은 함평여행의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해수찜은 불에 구우면 엉켜 붙을 정도로 유황성분이 많은 함평의 돌을 소나무로 달구어 데운 물에 찜질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삼못초 등의 약초를 넣어 온천과 약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신경통 당뇨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하여 전국각지에서 찾는 이가 해마다 늘고 있다.
백사장과 소나무 숲까지 있어 주변 경관도 일품이다. 몇 년 전부터 해수찜 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해 130여 개나 된다.
함평신흥해수찜 061)322-9487, 신흥해수찜061)322-9900등이 유명하다.

함평의 맛

샘이 맑고 물이 좋으니 자연히 술 맛 또한 좋다. 제1회 남도 전통명주 선발대회에서 최우수 명주로 선정된 '레드 마운틴'은 함평천지 복분자를 엄선해 지하 210미터의 천연암반수로 빚은 술이다.

또 함평의 자희향탁주는 함평군 신광면 자희자양이라는 곳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막걸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0여년에 걸쳐 전통주를 빚어온 노영희(여47)씨가 만든 자희향탁주는 무농약 찹쌀 100%를 원료로 한 전통방식의 막걸리로,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생고기 비빔밥▲생고기 비빔밥
함평한우는 선도는 물론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나있다. 함평한우가 유명한 것은 일명 '함평큰소장'이라고 불리는 우시장이 전라도 일대의 소 값을 좌우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6백 여 마리의 소가 거래된다.

이 때문에 직접 사육한 한우를 도축해서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식육점들이 많다. 마블링이 마치 눈꽃처럼 아로새겨 있는 꽃 등심이 불과 1만8천원-2만원 정도다. 선도에 자신이 있어야만 내놓는다는 생고기도 함평의 맛 거리 중 하나다. 곱창국밥의 맛도 오묘하다. 장안식당(061-322-5723)에서 맛을 확인할 수 있다.

함평나비대축제
▲지난해 함평나비대축제 모습 ▲지난해 함평나비대축제 모습
함평나비축제는 지역 축제의 가장 이상적인 성공모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마다 크고작은 축제를 4-5개 이상 운영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함평나비축제의 흥행대박에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나비학습의 장이자 곤충생태체험의 장이 되었다.

올해로 3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함평나비대축제는 나비를 비롯한 곤충의 생태는 물론이고 유채를 비롯한 봄꽃의 향연과 함께 황금박쥐, 파충류 등을 만날 수 있는 생태학습의 기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축제장인 함평나비·곤충엑스포공원에는 나비·곤충생태관, 나비·곤충표본전시관, 나비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나비·곤충 학습시설과 생태학습장, 다육식물관, 양서파충류홍보관, 한국토종민물고기전시관, 벌꿀따기 체험장, 황금박쥐생태전시관 등 체험과 볼거리가 어우러진 생태 학습시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나비·곤충생태관에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 국정교과서에 수록된 함평나비대축제의 내용을 소개하는 특별전시관을 마련해 체험학습에 나선 초등학생들의 현장학습을 돕고 함평나비대축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체험행사로 미꾸라지 잡기(생태학습장), 천연염색(잔디광장), 보리·완두 그스름 체험, 전통민속놀이 체험(생태학습장), 전통 가축몰이 체험(1일8회), 나비동산 오르기 체험(수산봉) 등이 마련된다.

올해 축제는 나비=희망이라는 주제로 오는 4월 23일(금)부터 ~5월 9일까지(일) 17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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