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債, 한국물 가뭄에 단비

더벨 이윤정 기자 2010.04.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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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 수요↑...현대캐피탈 유통금리보다 낮게 발행

더벨|이 기사는 04월13일(10:4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 (254,500원 ▼4,500 -1.74%)가 체코법인을 통한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 2개월 만에 완료했다. 한국물 발행이 최근 뜸했던 데다 현대차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올 들어 정부는 공기업 등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을 최대한 자제시켜 왔다. 그러나 현대차는 발행 주체로 해외법인을 내세워 정부의 외화조달 억제 정책을 피해갔다.

13일 현대 모터 매뉴팩터링 체코(HYUNDAI MOTOR Manufacturing Czech s.r.o.)는 5년 만기(만기일: 2015년 4월 15일)의 글로벌 채권 5억 달러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미국 국채 수익률(T)에 가산금리 197.5bp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현대자동차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최초 협상 금리보다 약 15bp 낮은 수준이다.



주관사 선정부터 철저한 입단속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해외채권 발행에 착수했다. 발행 주체가 명목상 체코법인일 뿐 실제로는 현대차의 채권이다. 현대차가 지급보증을 섰을 뿐 아니라 채권 발행을 위한 모든 결정과 절차가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현대차는 정보 노출을 극도로 피했다.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될 만한' 투자은행 5곳에만 뿌렸다. 실제로 RFP를 제출한 바클레이즈 BofA메릴린치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이 전부 주관사로 선정돼 해외 로드쇼, 투자자설명서 작업을 2개월 동안 수행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은 지난 2003년 미국 알라바마 법인을 통한 발행이 마지막"이라며 "차입선 다변화와 해외투자자 관리 차원에서 발행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달된 자금은 체코 법인 만기 도래 자금에 대한 상환에 사용되고 일부는 공장 운영자금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한국물에 목마른 투자자들

발행을 주관한 IB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채권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종 투자자 분포에서 미국이 45%나 차지했다. 유럽과 아시아는 각각 20%와 35%를 기록했다.

최근 정부의 외화조달 억제는 현대차에게 결과적으로 호재가 됐다. 은행을 제외한 국내 일반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끊긴 탓에 한국물에 목말라 하던 투자자들에게 현대차 채권은 가뭄 끝에 내린 소나기와 같았다.



현대차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란 기대도 투자자 모집을 수월하게 했다. 현대차 스스로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발행을 밀어 붙였다는 후문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로 인해 발행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현대차는 최초 투자자모집(book building)에서 발행금리를 미국 국채(T) 대비 210bp 근처로 제시했다. 실제 가산금리가 197.5bp로 결정됐으니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캐피탈 수준'을 원했던 내부 금리 목표도 초과 달성한 셈이다. 현대차의 발행 당일인 12일(현지시간) 현대캐피탈의 2015년 만기 해외채권은 3개월 미드스왑(MS) 대비 199bp에 거래되고 있었다.



현대캐피탈(Baa2)은 국제신용등급이 현대차(Baa3) 보다 높다. 비록 현대차의 자회사이지만 GE캐피탈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현대캐피탈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시장참여자는 많지 않았다.

국제금융 관계자는 "제조업이라는 업종 특수성, 실적 개선 기대 여기에 뉴욕 시장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삼박자가 잘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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