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鄭총리, 독도에는 '거친' 대응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4.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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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鄭총리, 독도에는 '거친' 대응


정운찬 국무총리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연일 경고 수위를 높이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임시정부 수립 91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의 독도 주장은) 우리 영토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자신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 위해 이웃의 주권과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은 스스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우매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일본)총리까지 나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며 "일본의 지도자들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국민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31일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독도에 대한 거짓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독도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왔다.

정 총리는 독도 방문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총리의 독도 방문은 지난 2008년 7월 일본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뒤 한승수 전 총리가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같은 정 총리의 발언 수위는 그 동안 정부의 다른 당국자로부터 듣기 어려웠던 강력한 톤이라는 평가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세종시와 4대강 등으로 거센 역풍에 직면하면서도 항상 부드럽고 소탈한 자세로 "이해와 협조"를 강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

이같은 정 총리의 행보에 대해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다'라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통위에서 '조용한 외교'만 얘기해서 여야 모두 답답해하지 않았나"라며 "정 총리가 강하게 나오면서 '단호한 조치'를 강조하는 정몽준 대표와 발을 맞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외교·안보 분야도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정 총리가 취임 이후 '세종시'와 '4대강' 굵직한 국내 과제에 주력해 왔고 외교·안보가 전공 분야도 아닌 탓에 관련 정책 결정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외 순방 일정이 전무한 것도 이같은 평가와 무관치 않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로서 독도 문제 등 외교 분야에 집중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관계 정립을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방적으로 독도 문제를 쟁점화하는 일본의 이중적 태도에 크게 유감스러워 하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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