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일반은행과 다른 점은 이것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4.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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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놀자!] 은행아! 놀자⑥중앙은행이 하는 일은 '이것'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는 중앙은행(Central Bank)이 있다. 기사를 읽다 흔히 볼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중앙은행은 일본은행(BOJ).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BOK)이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중앙은행은 일반은행보다 훨씬 중요하고 많은 일을 한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게 바로 한국은행의 권한이다. 지급결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외환 보유액을 운용하는 것도 한국은행의 주요 업무다. 한국은행은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국은행='정부의 은행', '은행의 은행'= 개인들이 돈을 예금하거나 대출하려면 시중에 있는 일반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떨까. 은행 등 금융기관은 한국은행을 통해 돈을 맡겨 두거나 빌린다. 은행들이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주는 돈의 일부는 한국은행에서 구한 돈이다.

은행들도 개인처럼 돈이 궁할 때가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맡긴 돈을 제때 내주지 못 하면 돈이 돌지 않아 금융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은행들은 미리 한국은행에 돈(지급준비금)을 맡겨둔다. 때론 한국은행에서 자금(긴급대부자금)을 빌려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한다. 말하자면, 한국은행은 '은행의 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정부가 국민에게 걷은 세금을 맡아두거나 정부에도 돈을 빌려준다. 정부나 은행들이 외국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 들어 온 외화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도 한국은행이 하는 중요한 업무다. 한국은행을 '정부의 은행'이라고도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돈 풀고, 죄고", '통화신용정책'이 핵심= 한국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우리나라의 화폐를 발행(발권)하는 일도 한국은행의 주요 역할이지만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화신용정책'이라고 한다. 물가 안정을 통해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통화량과 흐름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나연이는 엄마가 5만원짜리 신발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신발가게에 가보니 지난 달 5만원하던 신발값이 6만원으로 뛰어 있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란다. 시중에 돈이 많아져 돈 가치가 떨어졌고, 그래서 한 달 사이 물건 값이 20%나 뛴 것이다.


이처럼 돈을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돈의 양이 늘면 돈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크게 오른다(인플레이션). 반대로 돈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돈이 적어지면 물가가 떨어진다(디플레이션). 어느 경우든 돈 가치가 너무 빨리 변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고 나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여러 방법을 통해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시중의 통화를 흡수하고, 물가가 떨어지면 돈을 풀어 돈값과 물가를 안정시킨다.

한국은행이 일반은행과 다른 점은 이것


◇'공개시장조작·재할인율·지급준비율'이란=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펴는 수단은 크게 3가지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기준금리가 결정되면 △공개시장조작 △금융기관 대출제도 △지급준비율 조정 등의 수단으로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

가장 보편적인 게 한은이 채권을 매매하는 공개시장조작이다. 시중에 돈이 많아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한은은 채권을 금융기관에 판다. 그러면 금융기관 자금이 한은으로 흡수되고 은행이 고객들에게 대출해줄 여력도 줄어들어 시중 통화량이 적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한은이 금융기관에서 채권을 사들이면 통화량이 늘고 금리가 내린다.

또 하나의 수단은 총액한도대출이나 일중당좌대출, 특별대출 등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리(재할인율)를 조정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이를 마지막으로 한은은 지급준비율을 조절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고객들이 맡긴 돈의 일정비율을 '지급준비금' 명목으로 따로 보관하고 일부는 한은에 예치해 둔다.

고객이 언제든 돈을 찾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한은이 지준율을 올리면 금융기관들이 더 많은 지금준비금을 내야 하므로 시중 통화량이 줄어든다. 반대로 지준율을 내리면 통화량이 증가한다.

한편,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조절과 유동성 공급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한국은행법을 바꿔 한은의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도 '금융안정'을 추가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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