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200만원 깎아줘요" 車업계 인터넷할인 골치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4.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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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50만원↓… 대리점 실적 부풀리기+'밀어내기' 합작품

"K7 100만원, 신형 쏘나타 70만원, 뉴SM5 50만원 깎아줍니다"

자동차사들이 정상가격보다 최대 2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신차를 판매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도한 할인으로 대리점간에 출혈경쟁이 벌어질 경우 영업부문의 부실화 우려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덤핑 차' 라는 이미지가 인식돼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자가 자기 마진을 줄여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법적인 처벌도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직영대리점 사원들로 구성된 '현대차 노조 판매위원회'는 사측에 비직영 판매대리점이 연계된 인터넷 판매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 판매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들이 차량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인터넷 차량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차량 가격의 2~3%를 편법으로 할인해주고 있다"면서 "직영 판매 사원들의 영업활동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 신차 할인 판매 사이트는 현대차 (295,000원 ▼3,000 -1.01%)의 대형세단 '에쿠스'부터 GM대우의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물론이고 신차인 'K7' 과 '뉴SM5' 등 국내에서 판매중인 모든 모델들을 소비자 가격보다 최고 240만원 이상 싸게 판매하고 있다.

공식가격 1억 4600만원인 에쿠스 VL500 프레스티지는 229만원을 할인해주고 신차 K7 VG350 프리미엄(4130만원)은 99만7000원을 깎아준다. 쏘나타와 뉴SM5도 세부 모델별로 다르지만 각각 50만~70만원 이상 할인해주고 있다. 다른 차들도 통상 2.5% 안팎씩 할인 판매한다.


뉴 SM5는 현재 재구매 고객 외에는 할인이 없고 쏘나타도 출시 7개월 여만에 이달 들어 처음으로 30만원을 할인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구매의 할인폭이 큰 편이다. 여기에 회사별로 진행하는 공식적인 할인은 추가 적용해 주는 만큼 정식 구매와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한 인터넷 신차 판매 사이트 관계자는 "차량 구매 시 완성차 대리점과 매매 계약서를 쓰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걱정할 게 없다"면서 "신차를 할인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한 것은 일부 대리점과 판매사원들의 실적 부풀리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은 차를 팔 때마다 일정한 수당을 받지만 전체 판매 대수가 늘수록 받는 수당도 커지는 만큼 자기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또 완성차 업체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리점에 차를 미리 배정해 출고하는 소위 '밀어내기' 관행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 판매 조건을 어긴 할인은 내규상 영업정지나 지점폐쇄 사유가 된다"면서 "현재 영업본부 내 업무지도팀이 인터넷 신차 할인 판매 등 관련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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