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외인 '러브콜' 마지노선..환율 1050원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10.04.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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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 연중최고가를 또다시 기록하는 등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이 1120원 아래로 하락하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전보다 약화된 상태에서 증시에서 새로운 수급주체가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상대적인 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에도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가 주춤하자 증시가 급락했다.



지금 증시에서는 외국인 순매수가 약화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새로운 수급주체가 떠오른다면 누가 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의 시한부 러브콜? 마지노선은 1050원



외국인이 만약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순매수를 했다고 한다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은 외국인의 순매수와 연동됐다고 보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환율이 외국인의 매수행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외국인 매수업종이 주로 IT,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어 있는데,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이들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 외국인의 주식 매수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는 원화 강세와 더불어 엔화도 약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때문에 환율 흐
름상 이들 업종의 가격 경쟁력과 외국인의 선호도에 변화가 나타날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원/달러 환율이 일정한 임계치(threshold)를 밑돌게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력 매수 업종에 대한 이익 전망이 후퇴할 수 있으며, 기존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 또는 매매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은 2/4분기 중에라도 105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전망했다. 2/4분기는 4/4분기와 더불어 무역흑자가 가장 많은 시기이고 위안화 절상과 같이 원화 강세를 견인할 수 있는 이벤트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 변화를 가져올 환율 레벨이 대략 1100~1050원 선인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당국의 개입이 없거나 효과가 약해질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환 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시장 개입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환율 하락 속도를 제어하면서 외환 및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를 억제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입 기조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양증권은 "환율효과보다 글로벌 경쟁력이 돋보인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를 참고할 때 환율이 속도 조절에만 성공한다면 원달러 환율 1050원 수준까지는 큰 부작용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와 국내 주요기업들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3월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4조원이나 주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유럽계 투자자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30~40% 정도는 유럽계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유럽지역의 위험이 한물 간 악재로 인식될 수 있지만, 유럽 지역의 위험이 낮아지지 않을 경우에는 유럽계 외국인이 주식 매수를 크게 줄이거나 오히려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 증시의 분위기가 좋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도 단기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방향성은 외국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 할 경우에는 조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머니 무브'..새로운 매수주체 부각될 수도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매수주체가 부각된다면 상승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증시 주변의 단기 부동화 자금이 많아진데다 연기금, 보험 등의 매수 등 새로운 매수주체의 부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주말 외국인의 300억원 매도에 시장이 출렁거렸다"며 "펀드환매에 따른 투신의 매도증가 속에 외국인의 매수공백이 생기면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변수들로 인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되거나 매도로 반전할 경우 이러한 수급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주체로서 연기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대투증권은 주장했다.

최근 연기금 매수를 지난해 과도하게 주식을 비운 것에 대해 다시 되돌리는 과정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는 아직 추가매수의 여지가 상당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도 "최근 펀드 환매 등 가계의 태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기금과 보험은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머니 무브(Money Move)는 가계가 움직여야 나타날 수 있겠지만,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 그 시기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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