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가 이전보다 약화된 상태에서 증시에서 새로운 수급주체가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상대적인 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에도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가 주춤하자 증시가 급락했다.
◆외국인의 시한부 러브콜? 마지노선은 1050원
하지만 환율은 외국인의 순매수와 연동됐다고 보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환율이 외국인의 매수행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외국인 매수업종이 주로 IT,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어 있는데,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이들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 외국인의 주식 매수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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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는 원화 강세와 더불어 엔화도 약세 방향으로 가고 있고 때문에 환율 흐
름상 이들 업종의 가격 경쟁력과 외국인의 선호도에 변화가 나타날 요인이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원/달러 환율이 일정한 임계치(threshold)를 밑돌게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력 매수 업종에 대한 이익 전망이 후퇴할 수 있으며, 기존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 또는 매매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은 2/4분기 중에라도 105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전망했다. 2/4분기는 4/4분기와 더불어 무역흑자가 가장 많은 시기이고 위안화 절상과 같이 원화 강세를 견인할 수 있는 이벤트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에 변화를 가져올 환율 레벨이 대략 1100~1050원 선인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당국의 개입이 없거나 효과가 약해질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환 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시장 개입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환율 하락 속도를 제어하면서 외환 및 금융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를 억제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입 기조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양증권은 "환율효과보다 글로벌 경쟁력이 돋보인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를 참고할 때 환율이 속도 조절에만 성공한다면 원달러 환율 1050원 수준까지는 큰 부작용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와 국내 주요기업들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3월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4조원이나 주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유럽계 투자자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30~40% 정도는 유럽계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유럽지역의 위험이 한물 간 악재로 인식될 수 있지만, 유럽 지역의 위험이 낮아지지 않을 경우에는 유럽계 외국인이 주식 매수를 크게 줄이거나 오히려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 증시의 분위기가 좋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도 단기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방향성은 외국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 할 경우에는 조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머니 무브'..새로운 매수주체 부각될 수도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매수주체가 부각된다면 상승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증시 주변의 단기 부동화 자금이 많아진데다 연기금, 보험 등의 매수 등 새로운 매수주체의 부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주말 외국인의 300억원 매도에 시장이 출렁거렸다"며 "펀드환매에 따른 투신의 매도증가 속에 외국인의 매수공백이 생기면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변수들로 인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되거나 매도로 반전할 경우 이러한 수급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주체로서 연기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대투증권은 주장했다.
최근 연기금 매수를 지난해 과도하게 주식을 비운 것에 대해 다시 되돌리는 과정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는 아직 추가매수의 여지가 상당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도 "최근 펀드 환매 등 가계의 태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기금과 보험은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머니 무브(Money Move)는 가계가 움직여야 나타날 수 있겠지만,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 그 시기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