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판결 '맹비난'…檢-法 갈등 번지나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04.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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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은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반쪽짜리' 판결이다. 진실을 찾아가는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한명숙 무죄' 판결이 검찰과 법원간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11일 오후 기자 브리핑을 열고 '한 전 총리 사건 판결의 문제점'이라는 14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 판결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곽영욱 진술의 신빙성 ▲임의성 ▲뇌물공여 진술로 곽영욱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오찬 현장 상황 ▲뇌물 출처 ▲친분관계 ▲뇌물 교부의 동기 ▲오찬 배경 ▲한명숙의 태도 ▲한명숙 측 증인의 신빙성 ▲뇌물 사용처 ▲재판절차상의 문제 등 12가지 쟁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차장검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법원의 판단은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법원은 정작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모두 누락하고 한 전 총리의 거짓으로 일관된 주장에는 눈감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곽 전 사장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 전 총리와의 친분관계, 뇌물을 줄만한 동기, 자금원에 대한 소명 등의 정황사실 뿐 아니라 한 전 총리의 변명의 합리성과 진술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법원은 이를 모두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1000만 원 상당의 골프채 수수와 제주 골프리조트 무료 이용, 인사청탁 등 검찰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차장검사는 "일반적인 뇌물 사건에서 친분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또 "한 전 총리의 진술에는 일관성과 신빙성, 합리성이 모두 결여돼 있는 데도 재판부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차장검사는 "곽 전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한 전 총리는 재판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할 것"이라며 "한 전 총리는 오히려 곽 전 사장 측에 미안해하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법원은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유와 강압수사가 의심된다는 법원의 판단에는 날선 감정을 드러냈다. 김 차장검사는 "아무런 근거 없이 추측과 의심만으로 강압과 회유,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검찰수사를 흠집내고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증거조사를 한 이유가 의문"이라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를 외면,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목표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곽 전 사장으로부터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뇌물의 대가성과 자금 출처 등 다른 쟁점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고 직후 2시간 반에 걸쳐 간부회의를 열고 "진실은 거짓으로 흔들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며 법원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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