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뇌물 '무죄', 곽 前사장 3년형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배혜림 기자 2010.04.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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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법원 "곽영욱 전 사장 진술 신빙성 없다"

5만 달러 수뢰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수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뇌물공여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곽 전 사장이 대한통운에서 37억원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의 유일한 증거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라며 "하지만 곽 전 사장의 진술은 뇌물공여 시점과 액수, 방법이 수시로 바뀌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곽 전 사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있고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내사를 받던 상황에서 궁박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곽 전 사장을 압박해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고 진술을 받아냈다"며 강압수사 문제도 지적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하는 과정에서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곽 전 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시각을 살펴보면 '과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뇌물공여 사실을 부인한 날에는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조사가 이뤄졌으나 뇌물공여 사실을 인정한 날에는 오후 6시30분에 조사가 마무리된 점은 진술의 임의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총리공관 오찬장의 개방된 구조를 감안할 때 한 전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찬이 끝난 뒤 수행과장과 경호원 등이 오찬장 문 앞으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인 5.1초 내에 한 전 총리가 대담하게 돈 봉투를 받아 챙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시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곽 전 사장 등과 오찬을 마친 뒤 공기업 사장 인사 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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