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이 증언한 천안함 탈출상황 "영웅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0.04.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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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과 그들 부모 구술받아 정리

생존자들이 증언한 천안함 탈출상황 "영웅들"


지난달 26일밤 침몰한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장병들이 당시 전우를 구하기 위해 애썼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해군 공식블로그 '블루페이퍼'는 9일 오후 생존자들의 그들이 부모들을 만나 구술받은 당시상황을 공개했다. 이 글을 작성한 해군 공보과는 "생존자들이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있을 당시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며 "함이 반으로 갈라져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구한 그들은 진정한 영웅"이라고 치하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자신의 co2 구명재킷을 부상당한 병기장 오성탁 상사에게 입히며 생존한 승조원들을 안심시키고 침착하게 구조 및 이함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들이 증언한 천안함 탈출상황 "영웅들"
통신실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허순행 상사는 망치와 15파운드 소화기를 이용해 함장실 문을 부수고, 소화호스를 이용하여 함장을 구조했다. 부장 김덕원 소령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최초로 함 외부로 통하는 도어를 찾아 개방해 탈출로를 만들었다.



김병남 주임상사는 머리에 감은 붕대에서 피가 배어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함장의 지시를 받아 천안함의 가장 위쪽인 통신실 좌현 격벽에서 승조원들에게 행동지침을 내렸다.

천안함 1층 상비탄약고에서 근무 중이던 안재근 상병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플래시로 포술부, 작전부 승조원 침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함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갑판에 있던 육현진 하사는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으니 절대 물에 뛰어내리지 말라는 선임 부사관들의 지시에 따라 주변 동료들과 서로 몸을 손으로 비비고 마사지를 하며 체온을 유지했다”고 증언했다.

전투상황실 이연규 하사는 하반신 경련 증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된 서보성 하사를 업고 이동했다.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함교에서 오른쪽으로 튕겨나간 대원들을 부력방탄복과 co2 재킷을 착용시켜 함 외부로 구조했다.

함교 부직사관 이광희 중사도 함교 우현에 매달린 공창표 하사를 끌어올려 배성모 하사와 함께 좌현 격벽쪽으로 이동시켰으며, 몸으로 계단을 만들어 함교 출입문을 통해 탈출 시켰다.


이 중사는 또 위험을 무릅쓰고 우현으로 이동해 구명정을 터뜨려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하고, 부상전지를 이용해 조난 위치를 알렸다.

안재근 상병은 침실을 뒤져 12켤레의 신발과 구급상자, co2 재킷 5개, 옷가지 등을 챙기고 속옷차림으로 대피해있던 승조원들을 구조했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전환수 이병을 구해 간부에게 인계하고 다시 승조원 침실로 뛰어 들었다.

원·상사 침실에서 취침 중이던 전자장 김정운 상사는 사고와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는 부상을 당한 김병남 상사, 오동환, 김덕수, 정종욱 상사를 탈출시키고 침실 내 남은 인원이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이들은 배가 우측으로 누워 천정이 되어버린 출입문을 향해 소화호스를 타고 5m 가량을 기어올라 탈출했다. 김 상사는 함 외부에서 한 쪽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었던 신은총 하사도 구조했다. 이 때 쓰고 있던 안경은 김현용 중사의 것.

신 하사는 입원 중에 이때를 기억하며 “선배가 자기 안경을 벗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순간 전투상황실에서 근무 중이던 김현용 중사는 천장에 매달려 고통과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신은총 하사를 바닥으로 내리고, 자신의 안경을 씌워 주는 전우애를 발휘했다고 한다.

고속정이 다가오자 전자장 김정운 상사와 전탐 부사관 이연규 하사가 다리가 골절된 서보성 하사를 업고 고속정 접안 위치로 갔다. 계류(밧줄로 붙잡아 맴)가 불가능하자 김 상사는 바다에 띄워놓은 구명정으로 뛰어내려 3개의 구명정을 결박하고, 멀리 떨어져 나간 구명정 1개를 붙들었다.

한편, 갑판선임하사 김현래 중사는 각종 집기류에 깔려 부상당한 조영현 중사를 구조하고 전부화장실, 갑판행정실, 전자정비실에 남은 인원이 있는지 확인하고 함수로 탈출했다.

이때 40mm 포대 쪽에서 대기 중이던 환자 및 수병들에게 차례로 co2 재킷과 카포크 구명 재킷을 입혔으며, 소화호스를 끌고 함수 최전방 라이프라인에 매듭을 지어 이동경로를 확보했다.

부장 김덕원 소령은 천안함에서 이탈하기 전, 물속에서 탈출할 수도 있는 승조원들을 위해 구명정과 구명볼을 현장에 남겨뒀다고 한다. 최원일 함장은 해경 함정으로 이동 후에 구조된 승조원들을 안심시키고, 고속정으로 이동해 실종된 승조원들을 찾아 나섰다.

생존한 천안함 승조원들은 “생사를 가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는 침착하고 훈련한 대로 행동했다”며 “아직도 물속에서 고통스러워 할 전우들을 생각하면 또 다시 눈물이 흐른다.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그들의 생환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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