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천안함 인양작업 현장 '바다와의 사투'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2010.04.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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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빨리…' 인양작업팀 악천후에 맞서 악전고투

'천안함' 침몰 14일째를 맞은 8일. 백령도 용기포항 앞에 정박 중이던 옹진군청 행정지도선 517호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우렁차게 시동을 걸었다.

선미 쪽 프로펠러가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고 배는 오후 3시5분쯤 닻을 올렸다. 청명한 햇살과 함께 잔잔한 바람이 콧등을 스쳤고 배는 포항을 빠져나오자 속력을 내기 시작해 함미 침몰지점을 향했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파도는 높아지고 바람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바다 위를 달린지 10여분이 지나자 함수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앙호'가 눈에 들어왔다. 중앙호 앞에는 부유물과 함체를 실을 작업바지선 1척이 주변에 정박해있었다.

중앙호 갑판 위에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인양업체 관계자 10여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해군본부 이종식 소령은 "함수 쪽은 함체에 와이어 2개를 연결하는데 성공했고 추가적으로 2개의 와이어를 더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령의 설명을 들으며 눈을 돌리니 저 멀리 해군 현장지휘본부가 있는 장촌포항 앞 해상에는 예인선 1척이 마치 하루빨리 인양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듯 쓸쓸히 덩실거리고 있었고 맞은편으로는 뿌연 해무 속으로 독도함이 보였다. 중앙호를 지나쳐 10여분가량을 가자 함미 인양작업 현장에 도착했다.

취재진을 실은 배가 서서히 멈추자 너울 파도로 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햇살은 전날처럼 따스했지만 파고는 훨씬 높아 보였다. 함미 인양팀들은 2200t급 크레인인 '삼아2200호'와 작업바지선인 '유성호'에서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이 소령은 바닷속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함체를 끌어올릴 체인을 감을 수 있도록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는 굴착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취재진들은 작업 현황을 사진기와 수첩에 담기에 바빴고 수십여 마리의 갈매기떼는 마치 인양팀을 응원하기라도 하듯 사고해역 위를 맴돌며 '끼룩끼룩' 울어댔다. 순간 2m가 넘는 너울 파도가 취재진들이 몰려있던 선미 갑판을 덮쳤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취재진들은 갑작스런 물세례에 놀란 듯 선수와 선실 쪽으로 황급히 빠져나왔다. 곧이어 행정선 갑판장이 선수 쪽에서 뛰쳐나오며 "빠진 사람 없죠"라고 물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판장은 '괜찮다'는 취재진들의 말에 멋적은 미소로 화답했다.

비록 바닷물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실종자 구족작업과 인양작업이 악조건 속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장은 더 이상 바다 위에 머무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서둘러 사고해역을 빠져 나왔다.

배는 당초 둘러볼 예정이었던 함수 쪽은 그냥 지나친 채 곧장 포항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바라본 하늘에는 여전히 실종자와 부유물을 수색하는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고해역 위를 날고 있었고 바다 위에는 해난구조대원(SSU)과 특수전여단(UDT)을 태운 고무보트 2대가 힘차게 파도를 헤치고 있었다.

이 소령은 "인양작업의 최대 관건은 날씨"라며 "인양팀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곧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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